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발표한 경제부처 합동 성명을 통해 “국내 정치 상황으로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경제팀이 총력을 다해 경제를 최대한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국회를 향해 최 부총리는 “경제 문제만큼은 여야와 관계없이 조속히 처리해 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드린다”며 내년도 예산안 확정과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반도체 특별법 논의 진행을 촉구했다. 최 부총리는 “경제 안정을 이루고 대외 신뢰를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도 국회에 적극 협조하겠다”며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국민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후 비공개로 개최한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최 부총리는 서민과 청‧장년 대상 민생 대책 추진 계획 등 향후 경제정책을 차질 없이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공유했다고 한다.
내년도 예산안 논의는 정국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중심으로 전환되며 중단된 상태였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타협이 필요하다는 국회의장의 의견에 따라 (예산안 처리가) 약간 지연되고 있는데, 10일까지 처리하는 게 바람직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또 “대신 추가 삭감을 해야 할 것 같다”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필요한 것을 삭감했지만, 변화된 상황을 반영해 추가 삭감 조치가 필요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후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여당과 합의가 없다면 기존 4조1000억원 삭감에서 7000억원을 더 감액한 예산안을 수정안으로 상정해 처리하겠다는 방침도 정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최근의 내란 사태까지 반영해 추가 감액 요소를 발굴했다”며 “대통령이 아무 일을 하지 않는 상황이므로 비서관급 이상 정무직 공무원 급여 등을 삭감하겠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월요일 열리는 증권시장의 변동성 확대 우려에 대해서도 긴장하고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이날 간부회의를 열고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필요한 시장 안정 대책을 신속히 시행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 달라”고 주문했다. 금융위원회는 9일 오전 김 위원장 주재로 신한·KB·하나·우리·농협 등 5대 금융지주 회장과 금융감독원, 산업은행,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한국거래소, 은행연합회, 금융투자협회 등이 모두 참석하는 금융시장 점검회의를 연다.
최 부총리와 김 위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9일 개장 전 ‘F4(Finance 4)’ 거시경제금융현안회의를 통해 시장 변동성 우려와 관련한 메시지를 낼 계획이다.
문제는 향후 불확실한 정세와 경제 상황으로 발생할 어려움이 정부의 수습 역량보다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이 ‘있는 데 없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민생과 경제 심리는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경제팀은 비상계엄의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메시지를 내 왔는데, 이는 안일한 인식이었다”며 “리더십 혼란 기간이 길어지면 실물경제에 부정적 영향이 예상보다 크게 반영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부터는 국가 경제의 손실을 어떻게 최소화할지를 검토해야 할 것”이라며 “경제 주체가 정부와 정치권을 믿을 수 없는 상황에, 신뢰 자본과 질서가 무너진다면 향후 치러야 할 비용은 더 커진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