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는 9일 발표한 ‘경제동향 12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건설업을 중심으로 경기 개선세가 제약되는 가운데,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총평했다. KDI는 “반도체 생산과 수출이 높은 수준을 지속했고, 관련 설비투자도 증가세를 이어갔다”면서도 “그러나 상품소비와 건설투자의 부진이 지속되면서 내수 회복이 제약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KDI는 1년 전부터 월간 경제동향을 통해 ‘내수 둔화’ ‘내수 회복 제약’과 같이 내수 문제를 지적해 왔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건설업이 매우 부진하고 반도체 수출 등도 더 나아지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는 경기가 상승 사이클에 있었는데, 경제 상황이 그때보다 어렵다”며 “불확실한 상황이 길어지고 경제정책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으면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비상계엄 이후 아직 거시경제지표가 충분히 나오지 않은 데다, 정치 상황의 극심한 불확실성 때문에 향후 내수 회복 시기를 예측하기는 어렵다는 게 KDI 측의 설명이다. 우선 당장의 민생은 얼어붙고 소비는 쪼그라든 상황이다. 최근 집계에 따르면 10월 소매판매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0.8% 줄며 감소 흐름을 이어갔다. 화장품(-15.5%)이나 통신기기‧컴퓨터(-15.4%), 가전제품(-5.9%) 등 상품 판매가 부진한 상황이다.
주요 서비스 업종도 어려움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10월 서비스업 생산은 전년 동월보다 1.9% 늘었는데, 숙박‧음식점업(-1.2%), 예술‧스포츠‧여가 관련 서비스업(-0.6%) 등 일상 소비와 밀접한 분야에서는 생산이 감소했다.
내수 회복이 늦어지면서 개인사업자의 대출 연체율은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건설업 분야는 특히 극심한 부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며 고용시장에까지 악영향을 미치는 중이다.
한국 경제를 이끌었던 수출도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예고하고 있는 고율 관세정책은 세계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지난달 수출 증가율은 전년 동월 대비 1.4%에 그쳤다. 월별 수출 증가율은 7월 13.5%로 높았다가 8월 10.9%, 9월 7.1%, 10월 4.6%로 내리막을 타고 있다. KDI는 “향후 수출 둔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