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만 사장은 9일 임직원에게 보낸 e메일 메시지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로 2나노 공정의 빠른 램프업(생산량 확대)를 꼽았다. 그는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 전환을 누구보다 먼저 이뤄냈지만 사업화에 있어 아직 부족함이 너무 많다”라며 “기회의 창이 닫혀 다음 노드에서 또다시 승부를 걸어야 하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라고 했다.
또 “이를 위해 공정 수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할 뿐 아니라 소비전력·성능·면적(PPA) 향상을 위해 모든 노브(조건)를 샅샅이 찾아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2나노 수율 개선에 집중하겠다는 건 인텔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지난해 말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을 키운다며 7나노에서 곧바로 2~3나노 공정으로 직행하겠다 했고, 지난 9월에는 2나노 양산도 뛰어넘고 바로 1.8나노 공정을 양산하겠다고 밝혔었다. 파운드리 1, 2위인 대만 TSMC와 삼성전자보다 먼저 1.8나노로 가겠다는 거였다. 나노는 반도체 회로 선폭을 의미하는 단위로 선폭이 좁을수록 소비 전력이 줄고 처리 속도가 오른다.
그러나 지난주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경영난으로 경질되는 등, 이같은 인텔은 ‘뛰어넘기 시도’는 실패로 평가받는다. 현 공정의 완성도도 다지지 못한 채 ‘다음 공정, 그 다음 공정’만 외친 부작용이다.
삼성전자는 2022년 업계 최초로 첨단 공정에서 필수적인 GAA 기반 3나노 양산을 시작했지만 고객사 확보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TSMC가 내년 2나노 양산을 위해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2나노에서는 무엇보다 수율 개선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목표다.
한진만 사장은 TSMC를 의식한 듯, 기술력 격차를 인정하자고도 했다. 한 사장은 “(삼성 파운드리가) 타 대형 업체보다 뒤처지는 기술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라며 “언젠가는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의 올해 3분기 시장 점유율은 64.9%로 1위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 기간 9.3%를 기록해 두 회사 간 격차는 계속 벌어지고 있다.
한 사장은 “단기간 메이저 파운드리 업체를 따라잡을 수는 없겠지만, 현장에서 영업과 기술을 지원하는 분들이 자신 있게 우리 파운드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기술 경쟁력을 찾아가자”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내년에 가시적인 턴어라운드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며 "가까운 미래에는 우리 사업부가 삼성전자의 가장 중요한 사업부로 성장하리라고 확신한다”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