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재위 소속 더불어민주당ㆍ조국혁신당ㆍ개혁신당 등 야 3당 의원들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부를 찾아 이 총재 등 주요 간부들과 긴급 경제 상황 현장점검 회의를 열었다. 1시간가량 진행된 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은 금융ㆍ외환시장 상황, 대외 신인도 하락 우려 등에 대한 한은의 보고를 받고 추가 안정 대책 등을 논의했다.
계엄 사태 이후 출렁이는 환율에 대해 이 총재는 “환율이 당분간 예전 수준으로 돌아가기는 어렵다. 시장이 관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또 이 총재는 “해외 투자자들이 가장 예의주시하는 건 정치 상황과 별개로 경제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여부”라며 “대표적으로 정부와 여야가 협력해 예산안을 처리함으로써 경제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야당 의원들은 최근 금융ㆍ외환 시장 불안이 4분기 실물경제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는 만큼 확장적 재정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도 “경제상황이 어려운 만큼 재정을 더 쓸 수 있는 여력이 있다고 본다”며 공감을 표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한 야당 의원이 최 부총리도 계엄 국무회의에 참석했는데 수사대상이지 않느냐고 하자, 이 총재가 최 부총리는 계엄에 반대했다는 걸 분명히 하는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라고 말했다. 당시 최 부총리는 “이 총재는 임기(4년)가 정해져 있으니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나머지는 같이 사표를 내자”며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포함한 경제팀 총사퇴를 거론하기도 했다. 이에 참석자들은 “일단 흥분을 가라앉히고 경제부터 안정시켜야 한다”며 최 부총리를 다독였다고 한다.
앞서 한은은 기재부와 함께 외화 RP(환매조건부채권) 매입 등을 통해 외화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하고 환율 급변동 시 다양한 안정화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외화 조달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은행 선물환 포지션을 확대해 외화자금을 늘릴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