귓가 맴도는 강렬한 비트... 에스파, ‘쇠맛’으로 가요계 평정했다

에스파는 올해 '슈퍼노바' '아마겟돈' '위플래시'까지 3연속 히트곡을 만들었다. 사진 SM엔터테인먼트

에스파는 올해 '슈퍼노바' '아마겟돈' '위플래시'까지 3연속 히트곡을 만들었다. 사진 SM엔터테인먼트

올해 가장 성공적인 활동을 펼친 걸그룹을 꼽는다면? 에스파(카리나, 윈터, 닝닝, 지젤)라는 데 이견을 달 사람은 많지 않을 듯 하다.    
에스파는 올 상반기엔 ‘슈퍼노바’와 ‘아마겟돈’으로, 하반기엔 ‘위플래시’로 음원차트를 휩쓸었다. 멜론에선 ‘슈퍼노바’가 15주 연속 정상을 차지해 멜론 서비스 시작 20년 만에 역대 최장기간 1위에 오르는 기록을 세웠다. 이 노래를 담은 정규 1집 ‘아마겟돈’과 미니 5집 ‘위플래시’는 모두 1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고 5연속 밀리언셀러를 달성했다. '걸그룹 르네상스'를 함께 이끌던 뉴진스, 아이브, 르세라핌을 넘어서는 기록이다.   

특히 ‘슈퍼노바’는 해외에서 극찬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빌보드는 “올해를 정의하는 K팝 트랙이다. 네 멤버는 각자의 역할을 자연스럽게 수행하며 다재다능함을 보여준다”면서 ‘빌보드 스태프 선정 2024 베스트 K팝 송 25’ 차트 1위에 이 노래를 올렸다. 영국 음악 전문 매거진 NME는 ‘2024년 최고의 노래 50’에서 9위에 ‘슈퍼노바’를 선정하고 “미지의 영역에서도 성공을 거둘 수 있는 걸그룹의 능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넥스트 레벨’ 지웠다 

지난 5월 발매한 정규 1집 선공개곡인 ‘슈퍼노바’는 소녀시대 ‘다시 만난 세계’를 비롯해 SM엔터테인먼트의 여러 히트곡을 쓴 작곡가 켄지가 만들었다. 에스파가 올해 새롭게 꺼낸 다중 우주 세계관을 알리는 중요한 노래이기에 대중성에 초점을 두고, 댄스 장르 위에 새로운 세계관을 담은 가사를 풀어냈다. 다른 차원의 문이 열리는 사건의 시작을 초신성에 빗대, 내 안의 대폭발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내용이다. 이전까지의 에스파는 디지털 세계에서 ‘블랙맘바’와 싸우는 이야기를 주로 보여줬다.

화려한 컬러로 '슈퍼노바'를 표현한 에스파. 사진 SM엔터테인먼트

화려한 컬러로 '슈퍼노바'를 표현한 에스파. 사진 SM엔터테인먼트

 
뒤이어 정규 1집 타이틀곡으로 공개한 ‘아마겟돈’은 각기 다른 세계 속 다른 나를 만나 ‘완전한 나’로 거듭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에스파 특유의 ‘쇠맛’을 가미한 힙합 댄스곡으로, 비장한 분위기가 특징이다.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는 “엇박으로 이어지는 후렴구가 묘한 중독성을 일으킨다”고 분석했다. 

두 노래는 에스파의 대표곡으로 떠오르며, 이전 히트곡 ‘넥스트 레벨’을 지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열린 시상식 ‘멜론뮤직어워드 2024’와 ‘2024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에서 대상을 포함한 다관왕에 오른 후, 멤버 카리나는 “사실 음악에 대해 고민이 많았던 한 해였는데 보답받은 느낌이다. 우리도 보답할 수 있는 아티스트가 될 테니 지켜봐 달라”고 소감을 밝혔다. 윈터는 “‘아마겟돈’을 이를 갈고 준비했는데 그 마음이 잘 전달된 것 같아 행복하다”고 말했다. 


에스파. 사진 SM엔터테인먼트

에스파. 사진 SM엔터테인먼트

도전정신 통했다

정규 1집으로 성과를 낸 에스파는 안주하지 않았다. 10월에 공개한 미니 5집 ‘위플래시’에서 데뷔 처음으로 테크노 장르를 앞세웠다. 에스파를 제작한 SM 원 프로덕션의 조우철 총괄 디렉터는 “포화된 음악 시장 안에서 에스파의 차별화된 음악, 에스파다운 콘셉트가 대중적으로 자리 잡아간다면 ‘쇠도 맛있다’는 것을 각인시킬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전했다.

'위플래시'의 입소문은 대단했다. 발매된 지 두 달 가량 지났지만, 지금도 멜론 차트 3위를 고수 중이다. 에스파가 구축해 온 ‘쇠맛’ 음악스타일 안에 에스파의 정체성과 세계관, 비주얼 등 모든 요소들이 어긋남 없이 들어있다는 평가다. 따라하기 쉬운 간결한 안무와 여러 요소를 덜어낸 뮤직비디오로 접근성을 높였다.

에스파. 사진 SM엔터테인먼트

에스파. 사진 SM엔터테인먼트

 
무엇보다 하우스 비트와 테크노의 결합인 테크 하우스라는 장르가 매력적이다. 음악이 멈춘 뒤에도 타격감 있는 비트가 귓가를 맴돌며 중독성을 일으킨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전자음악은 군중을 들뜨게 만들고 환호하게 하는 힘이 있다”고 말했다.

SM 원 프로덕션의 최성우 총괄 디렉터는 이 곡에 대해 "도전의 의미를 담은 곡"이라며 "대세인 이지리스닝 흐름을 따르지 않고 에스파 만의 음악을 고집했고, 그 음악을 시각적인 콘텐트로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에스파가 이런 것도 잘하네' '에스파 아니면 이걸 누가 해' 등의 반응에 보람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에스파는 내년 1월 28일 미국 시애틀 공연을 시작으로 멕시코·캐나다·영국·프랑스·네덜란드·독일·스페인 등 29개 지역에서 투어를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