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 직속 기구인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엔비디아가 2020년 이스라엘 반도체 업체 멜라녹스 인수 당시 약속했던 조건을 지키지 않아 중국의 반독점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조사에 나섰다.
당시 엔비디아는 데이터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약 8조5000억원을 들여 인수를 성사시켰고,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는 이를 ‘홈런 딜’이라고도 불렀다. 미국이나 유럽연합(EU)과 달리 중국은 시간을 끌다 이 인수를 승인했는데 조건을 붙였다. 멜라녹스가 신제품 정보를 엔비디아에 제공한 뒤 90일 내에 경쟁사에도 제공하고, 중국 고객을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는 등 7가지(2가지는 기밀) 조건이다.
중국 측은 엔비디아의 구체적인 위반 사항과 인수 4년이 지난 시점에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 등에 대해선 밝히지 않고 있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이와 관련 “엔비디아가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차별 없는 기준으로 중국 고객에게 관련 제품을 계속 공급하고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멜라녹스 장비를 묶어 파는 행위를 삼가겠다고 했었다”라며 “그러나 규제 기관은 엔비디아가 2022년부터 중국 시장에 대한 GPU 공급을 반복적으로 제한해 약속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무리한 인수 조건이었나
중국의 반독점법 조사는 2013년 미국 퀄컴을 대상으로 벌인 이후 10여 년 만이다. 당시 중국은 퀄컴의 특허권자 지위 남용을 문제 삼아 1조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반격 더 세질까
엔비디아는 미·중 갈등에 휘말려온 대표적 기업이다. 미국의 반도체 수출 제재로 엔비디아는 고사양 칩 수출 길이 막히자 중국 전용 칩을 내놨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1년간 엔비디아 매출의 17%가 중국에서 나왔는데, 이는 2년 전(26%)보다 크게 하락한 것이다. 미·중간 힘겨루기에 타깃이 된 기업은 더 있다. 중국은 최근 인텔을 겨냥해서도 CPU(중앙처리장치) 보안 위험을 거론, 관련 조사에 나설 가능성을 언급했다. 지난해에는 마이크론에 대해 자국의 사이버 보안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며 제품 구매 금지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이번 반독점 조사가 엔비디아의 중국 내 사업에 미칠 단기적 영향은 크지 않을 거란 게 업계 전망이다. 이미 엔비디아가 중국에 최신 칩을 팔지 않는 상황이라서다. 미·중간 갈등이 장기화함에 따라 국내 기업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제재는 미국과 중국이 주고 받고 있는 것이라 당장의 큰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중국 정부도 이런 보복 카드를 계속 쓰는 것이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