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ADB는 '2024년 아시아 경제전망'에서 한국의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2.2%, 내년 전망은 2.0%로 제시했다. 올해와 내년 모두 지난 9월 발표한 전망치보다 0.3%포인트 낮다. 국내외 주요 기관과 비교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망치(2.1%)보다 낮고, 국제통화기금(IMF)·한국개발연구원(KDI)과 동일하다. 한국은행·아세안+3 거시경제조사기구(AMRO)가 내놓은 전망치(1.9%)보다는 높다.
ADB는 기준금리 인하 등 정부 정책 영향으로 내수는 다소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인공지능(AI) 관련 반도체 수출 증가 영향이 점차 옅어지면서 성장률이 다소 둔화할 것으로 판단했다.
한국의 올해 물가상승률에 대해서는 국제유가 하락과 식료품 가격 상승 둔화 등으로 기존보다 0.2%포인트 하향 조정한 2.3%로 전망했다. 내년도 물가상승률은 9월 전망(2.0%) 수준을 유지했다.
ADB는 아시아 지역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전망보다 0.1%포인트 하향한 4.8%로 예상했다. 중국은 4.5%, 대만은 2.5%, 홍콩은 2.3%, 인도는 7.0%, 싱가포르는 2.6% 성장할 것으로 봤다. 특히 아시아·태평양지역 성장의 '하방 리스크'로 ▶미국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에 따른 관세인상 등 정책변화 우려 ▶지정학적 긴장 심화 ▶중국 부동산 시장 침체 등을 꼽았다.
최근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을 줄줄이 하향하고 있다. OECD는 2.2→2.1%, IMF는 2.2→2.0%, 한국은행은 2.1→1.9%로 하향했다. 씨티은행 1.8→1.6% 골드만삭스 2.2→1.8% JP모건 1.8→1.7% 등 글로벌 투자은행도 전망치를 낮췄다.
문제는 최근 발생한 ‘비상계엄’이나 ‘탄핵 정국’ 여파가 본격화될 경우 성장률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9일 권구훈 골드만삭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짧은 계엄령 사태의 여파' 보고서에서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시장 평균보다 낮은 1.8%로 유지하지만, 리스크는 점점 더 하방으로 치우치고 있다”고 밝혔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과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등 과거의 정치적 혼란은 성장률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는 분석이다.
권 이코노미스트는 “앞선 두 사례에서 한국 경제는 2004년 중국 경기 호황, 2016년 반도체 사이클의 강한 상승세에 따른 외부 순풍에 힘입어 성장했다”며 “2025년 한국은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를 지닌 국가들과 함께 중국 경기 둔화와 미국 무역 정책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외부 역풍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했다. 향후 주목해야 할 부분으로는 야당의 추가 탄핵안 발의와 과도기적 내각 구성, 개헌 논의 등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