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도 코넬도 트럼프에 떤다…“유학생, 취임 전 美 복귀하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5일 뉴욕주 그린베일에서 폭스뉴스의 애국자 시상식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5일 뉴욕주 그린베일에서 폭스뉴스의 애국자 시상식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겨울방학을 앞둔 미국 대학에 ‘트럼프 경보’가 발령됐다. 7년 전 트럼프 집권 1기에 일부 국가를 상대로 단행한 외국인 입국 금지령이 부활할 거란 우려 때문이다. 하버드대·코넬대 등 미국 주요 대학이 외국 유학생에게 내년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 전에 미국에 들어오라고 권고 중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같은 내용의 권고안이나 지침을 발표한 학교는 하버드대, 코넬대, 매사추세츠 공대(MIT), 서던캘리포니아대(USC), 펜실베이니아대(유펜), 매사추세츠 대 애머스트 캠퍼스, 웨슬리언대 등이다.  

지난 2022년 1월 뉴욕주 이타카의 코넬대 캠퍼스 모습. AP=연합뉴스

지난 2022년 1월 뉴욕주 이타카의 코넬대 캠퍼스 모습. AP=연합뉴스

코넬대 글로벌 학습 사무국은 지난달 말 웹사이트에 “(트럼프) 취임 직후 입국 금지령이 발효될 가능성이 크다”며 1월 21일 봄 학기 수업이 시작되기 전 미국으로 돌아올 것을 권했다. 사무국은 해당 금지령에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타깃이었던 키르기스스탄, 나이지리아, 미얀마, 수단, 탄자니아, 이란, 리비아, 북한, 시리아, 베네수엘라, 예멘, 소말리아 국민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여기에 중국과 인도 국민도 추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코넬대 글로벌 학습 사무국은 웹사이트를 통해 유학생들에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전에 미국에 입국할 것을 권고했다. 코넬대 웹사이트 캡처

미국 코넬대 글로벌 학습 사무국은 웹사이트를 통해 유학생들에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전에 미국에 입국할 것을 권고했다. 코넬대 웹사이트 캡처

 

“가장 안전한 방법은 취임 전 미국에 있는 것”

지난 2020년 미국 메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의 하버드대 캠퍼스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020년 미국 메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의 하버드대 캠퍼스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하버드대도 ‘겨울 여행을 위한 필수 정보’란 웹사이트 안내문에서 “(대선이 치러진) 11월 초 마지막 메시지 이후 많은 분이 잠재적 이민정책의 변화에 대해 질문해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 중”이라며 “방학 후 (캠퍼스) 복귀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분들에게 반복적으로 하는 조언은 마틴 루서 킹 기념일 전 시간을 확보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매년 1월 세 번째 월요일인 마틴 루서 킹 기념일은 내년엔 트럼프의 취임일(1월 20일)과 겹친다. 하버드대는 이에 앞서 학부 기숙사가 1월 17일부터 모두 문을 연다는 점도 덧붙였다.


미국 하버드대는 웹사이트 ‘겨울 여행을 위한 필수 정보’ 페이지에서 유학생들에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전에 미국에 입국할 것을 권고했다. 하버드대 웹사이트 캡처

미국 하버드대는 웹사이트 ‘겨울 여행을 위한 필수 정보’ 페이지에서 유학생들에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전에 미국에 입국할 것을 권고했다. 하버드대 웹사이트 캡처

USC, 유펜, 웨슬리언대 등도 학생 및 방문 비자를 소유한 외국인 유학생·교수진·직원에게 여행 권고문을 통해 트럼프의 취임식 이전에 미국으로 돌아오라고 권고했다. USC는 “1월 20일 취임하는 새 행정부가 미국 여행, 비자 문제에 영향을 미치는 행정명령을 하나 이상 내릴 수 있다”며 “어떠한 행정명령이 내려질지는 확실하지 않으나, 가장 안전한 방법은 그에 앞서 미국에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中 유학생, 연말·춘제 본국 방문도 미뤄”

지난 5월 미국 하버드대 졸업식에서 졸업생들이 환호하며 졸업을 축하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5월 미국 하버드대 졸업식에서 졸업생들이 환호하며 졸업을 축하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특히 중국 유학생은 취임 후 더 강경해질 트럼프의 ‘중국 때리기’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이에 일부 학생들이  연말연시와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 때 가족을 만나러 중국에 가는 계획을 미루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전했다.

미국 대학가의 우려가 큰 건 트럼프가 지난 2017년 1월 트럼프가 서명한 행정명령의 기억 때문이다. 당시 트럼프는 이슬람 테러리스트가 미국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심사 절차를 강화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뒤 이란을 비롯한 12개국에 대한 비자 발급을 중단했다. 이에 미국에서 공부하던 수천 명의 학생들이 미국에 들어오지 못했다.

해당 행정명령은 소송으로 일시 중단됐다가 2021년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취소됐다. 트럼프는 대선 기간 재집권하면 비자 발급 중단 정책을 다시 펼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이에 미국 내 대학들은 입국 거부뿐 아니라 입국 관련 서류 처리 지연 가능성에도 대비하라고 유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있다.

미 국무부와 국제교육연구소가 발간한 ‘오픈도어’에 따르면 2023~2024학년도에 미 대학에 등록한 외국인 유학생은 110만여명이다. 이중 인도(33만1602명)와 중국(27만7398명) 유학생이 전체의 절반을 차지한다. 한국이 4만3149명으로 3위에 올랐고 그 뒤를 캐나다, 대만, 베트남, 나이지리아, 방글라데시 등이 이었다.  

트럼프, 예배당·학교·병원서도 불법이민자 체포

지난 10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가 국경 단속 요원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유세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0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가 국경 단속 요원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유세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한편 트럼프가 집권 후 예배당과 학교·병원 등에서 불법이민자 체포를 자제하는 정책을 폐지할 것이라고 NBC방송이 보도했다. 트럼프는 취임 첫날부터 불법이민자들을 추방할 것이라고 공언해 왔는데, 이 같은 ‘장소 제약 없는 불체자 체포’는 강경 우파와 마가(MAGA·미국을 더 위대하게) 인사들이 만든 정책 ‘프로젝트 2025’에 적시돼 있다. NBC에 따르면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부터 예배당, 학교, 병원, 장례식장, 결혼식장, 공개 시위 현장 등에서 감독관 승인 없이 이민자를 체포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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