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국헌문란·폭동 아니다"…법조계 "판례 어긋나고 허점 많다"

12일 윤석열 대통령이 내놓은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담화문은 “마치 변호인 의견서를 영상 버전으로 보는 것 같았다”는 게 검찰과 법조계 반응이다. ‘내란 수괴’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 담화를 통해 내란죄의 법적 구성 요건을 순서대로 반박했기 때문이다. 박용진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변호사 윤석열의 자기 변호 방송”이라고 말했다.

尹 “계엄은 통치행위”…내란죄 구성 요건 ‘국헌문란·폭동’ 반박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이날 윤 대통령의 담화를 요약하면 ①비상계엄 선포권 행사는 사법심사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행위이고 ②국헌(헌법)을 문란하게 할 목적은 없었으며 ③소수의 병력을 잠깐 투입하는 등 비상계엄은 국회 장악 목적도, 폭동도 아니라는 취지다. 윤 대통령이 쓴 단어는 ‘내란’ 5차례, ‘국헌 문란’ 4차례, 폭동 등 모두 형법상 내란죄 구성 요건에 해당하는 법률 용어다.

윤 대통령은 내란죄의 첫 번째 구성요건인 국헌문란 목적에 대해 반박했다. “이번 비상조치는 대한민국 헌정 질서와 국헌을 망가뜨리려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망국의 위기 상황을 알려드려 헌정 질서와 국헌을 지키고 회복하기 위한 것”이라면서다. 내란죄는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에게 적용되기 때문에 자신은 그 같은 의도나 목적성이 없었다고 부인한 것이다.

국회 계엄군 투입에 대해서도 “거대 야당의 망국적 행태를 상징적으로 알리고, 국회 관계자와 시민들이 대거 몰릴 것을 대비하여 질서 유지를 하기 위한 것이지, 국회를 해산하거나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것이 아님은 자명하다”고 말했다. “만일 국회 기능을 마비시키려 했다면, 주말에 계엄을 발동하고 국회 건물에 대한 단전·단수 조치부터 취했을 것이며, 방송 송출도 제한했을 것”이라고도 했다. 형법상 국헌문란의 정의인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하여 전복 또는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폭동도 아니라고 항변했다. “2시간짜리 내란이란 것이 있느냐” “질서 유지를 위해 소수의 병력을 잠시 투입한 것이 폭동이란 말인가”라면서다.


법조계, “의지 아닌 객관적 요건 성립하면 국헌문란”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한 다음 날인 4일 새벽 국회로 진입하려는 군인들을 국회 보좌진과 시민들이 막고 있다. 김성룡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한 다음 날인 4일 새벽 국회로 진입하려는 군인들을 국회 보좌진과 시민들이 막고 있다. 김성룡 기자.

 
법조계는 윤 대통령이 수사와 탄핵심판에 대비해 법적 반박 논리를 세운 것으로 보이나 “대법원 판례와 어긋나고 허점이 많다”고 분석했다. 공안 수사 경험이 풍부한 부장검사 출신 A 변호사는 “국헌문란은 당사자의 마음이나 의지가 아니라 국헌문란에 해당하는 객관적 행위를 한다는 인식만 있으면 성립한다”며 “대법원 판례상 헌법기관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것도 국헌문란에 해당하는데, 계엄군의 목적이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장악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객관적 요건에 대해선 더 다툴 여지가 희박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폭동에 대한 해석도 윤 대통령과 달랐다. 통합진보당 내란선동 사건 수사했던 검사 출신 B 변호사는 “폭동의 내용인 폭행·협박은 일체의 유형력의 행사나 공포심을 유발하는 해악의 고지를 포함한 최광의의 개념”이라며 “판례상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위력이 있는 폭력 행사를 폭동이라고 하는데 이번은 전국 단위로 평온을 해한 만큼 폭동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A 변호사 역시 “사람, 물건, 건물, 특정 지역 등 어디에든 이 정도 규모의 폭력을 행사하면 안 된다는 게 법 취지”라고 말했다.

대법원 “국헌문란 목적 계엄은 내란죄 폭동 해당” 판단

12ㆍ12 군사반란 및 5ㆍ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내란 등 혐의와 관련해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을 받는 전두환(오른쪽)ㆍ노태우 전 대통령. 중앙일보.

12ㆍ12 군사반란 및 5ㆍ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내란 등 혐의와 관련해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을 받는 전두환(오른쪽)ㆍ노태우 전 대통령. 중앙일보.

 
비상계엄 선포는 통치행위로서 사법심사의 대상이 아니라는 윤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 법조계는 5·18 내란 사건에 대한 1997년 4월 대법원 판례에 주목한다. 대법원은 당시 ‘비상계엄 선포나 확대의 법률요건 구비 여부는 통치행위로서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전두환 전 대통령 측 주장에 대해 “비상계엄의 선포·확대가 국헌문란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행하여진 경우에는 법원은 그 자체가 범죄행위에 해당하는지 심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또 “비상계엄 전국확대가 국무회의의 의결을 거쳐 대통령이 선포함으로써 외형상 적법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들에 의해 국헌문란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뤄진 것이므로 내란죄의 폭동에 해당한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