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2일 대국민 담화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시스템에 불신을 드러낸 것을 두고 야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부정선거 프레임에 매몰돼 비상계엄을 감행한 것 아니냐'는 그간의 추측이 들어맞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담화에서 "비상계엄이라는 엄중한 결단을 내리기까지 그동안 직접 차마 밝히지 못했던 더 심각한 일들이 많이 있다"며 지난해 선관위에 대한 북한의 해킹 공격 이후 드러난 국가정보원의 선관위 전산시스템 점검 결과를 예로 들었다.
윤 대통령은 "민주주의 핵심인 선거를 관리하는 전산시스템이 이렇게 엉터리인데 어떻게 국민이 선거 결과를 신뢰할 수 있겠나"라며 "이번(비상계엄)에 국방부 장관에게 선관위 전산 시스템을 점검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갖고 있던 '부정선거'에 대한 의심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라고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은 비상계엄 직후 선관위에 계엄군이 투입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부터 이 같은 주장을 폈다.
민주당은 지난 6일 선관위에 투입된 계엄군이 시스템 서버를 촬영하는 장면이 담긴 CCTV를 공개하면서 "비상계엄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의 주장에 따라 기획되고 실행된 것으로 추정되는 단서"라고 밝혔다.
"체포조 명단, 尹 부정선거 의심 방증"
이와 함께 비상계엄 당시 윤 대통령이 체포를 지시했다는 주요 인사에 문재인 정부 시절 중앙선관위 상임위원이 포함됐다는 폭로도 나왔다. 안규백 민주당 의원이 지난 10일 제보를 받았다며 공개한 '체포조 명단' 14명에는 기존에 알려진 우원식 국회의장과 여야 정치인에 더해 조해주 전 선관위원이 있었다.
조 전 위원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 1월부터 2022년 1월까지 장관급인 선관위 상임위원을 지냈다. 2022년 3월 대선이 치러지기 두 달 전까지 선관위원으로 있던 조 전 위원이 계엄군의 체포 대상이었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이 대선 때부터 갖고 있던 부정선거 의구심을 계엄을 통해 확인하려 한 것이라는 해석이 민주당 일각에서 제기됐다.
실제 윤 대통령은 2022년 3월 6일 경기 의정부 지역 유세에서 "우리나라 선관위가 정상적인 선관위 맞나"라며 "아무리 썩어도 사법부, 언론, 선관위는 중립을 지키고 살아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었다.
안 의원은 조 전 위원과 함께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도 체포 명단에 포함됐다고 밝혔다. 양 전 원장은 2020년 21대 국회의원 총선 당시 민주연구원장을 맡아 선거 전략을 총괄했다. 양 전 원장은 과거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으로부터 부정선거 의혹 관련해 의심을 받은 인물이다.
윤석열 대선후보 캠프 정책총괄지원실장을 지낸 신용한 전 서원대 교수는 최근 뉴스타파에서 2021년 12월에 작성된 해당 캠프의 '부정선거 대책문건'을 공개했다. 이 문건에는 '양정철은 민주연구원장으로 중국 베이징서 공산당 당교와 교류 협약 체결→중국 개입설'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즉 당시 윤 후보 측은 양 전 원장을 21대 총선의 부정선거 배후로 봤다는 것이다.
野 "尹, 극우 유튜버 몰입돼 공상 빠져"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취임한 뒤로도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극우 유튜버 등의 주장에 심취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안 의원은 12일 연합뉴스에 "결국 시대착오적 발상으로 극우 유튜버에 몰입돼 '부정선거'라는 공상의 세계를 현실로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 사법정의실현 및 검찰독재대책위원회는 이날 낸 성명에서 "윤석열이 극우 유튜버와 부정선거론자들을 선동해 국회 난입 폭력을 사주했다"며 "선전포고성 담화는 2차 계엄선포와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선관위도 보도자료를 통해 "선거 과정에서 수차례 제기된 부정선거 주장은 사법기관의 판결을 통해 모두 근거가 없다고 밝혀졌다"며 "부정선거에 대한 강한 의심으로 인한 의혹 제기는 자신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선거관리 시스템에 대한 자기부정과 다름없다"고 윤 대통령의 담화 내용을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