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플] 구글 '안드로이드XR' 출시…빅테크 쓰고 입는 XR 전쟁 본격화

구글이 확장현실(eXtended Reality·XR) 생태계 구축을 위한 새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 XR’을 공개했다. 내년에 삼성과 함께 개발한 XR 기기 출시를 예고함에 따라, 메타·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 간 XR 전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무슨 일이야

 

구글이 확장현실(eXtended Reality·XR)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별도의 운영체제를 '안드로이드 XR'을 공개하며, 내년에 삼성을 통해 개발한 XR 기기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구글

구글이 확장현실(eXtended Reality·XR)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별도의 운영체제를 '안드로이드 XR'을 공개하며, 내년에 삼성을 통해 개발한 XR 기기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구글

 
구글은 12일(현지시간) 자사 블로그를 통해 “헤드셋·안경 등 차세대 컴퓨팅을 위해 설계한 새로운 OS”라며 안드로이드 XR을 공개했다. 샤흐람 이자디(Shahram Izadi) 구글 XR부문 부사장은 “(10여 년 전 출시한) 안드로이드는 스마트폰을 넘어 태블릿·시계·TV·자동차 등 다양한 기기에서 활용되고 있다”며 “이제 구글은 미래를 향한 다음 단계로 나아간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구글은 ‘프로젝트 무한(Project Moohan)’이라는 코드명으로 삼성전자가 개발 중인 첫번째 XR 헤드셋 기기를 내년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도 이날 자사 뉴스룸에서 “구글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새로운 XR의 미래를 설계하고, 그 시작으로 ‘프로젝트 무한’을 소개하게 돼 기쁘다”(최원준 부사장)고 밝혔다.

이게 왜 중요해

메타(퀘스트3), 애플(비전프로)에 이어 구글까지 XR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구글은 이전에도 여러차례 스마트폰·태블릿 PC 외 새로운 폼펙터(제품의 물리적 외형), 차세대 컴퓨팅을 위한 여러 시도들을 해왔다. 2013년 1세대 AR(증강현실) 기기 구글 글래스를 출시했다가 2015년 단종했고, 2017~2019년 기업용 버전으로 재차 출시했다가 2023년 중단했다. 그랬던 구글이 XR에 최적화한 전용 OS를 개발하고, 새 기기까지 출시하겠다는 건 본격적으로 이 시장에서 경쟁해보겠단 의미다.


마크 저커버스 메타 CEO가 지난 9월 열린 메타 커넥트 컨퍼런스에서 AR 안경 오라이온을 착용하고 있다. AP=연합

마크 저커버스 메타 CEO가 지난 9월 열린 메타 커넥트 컨퍼런스에서 AR 안경 오라이온을 착용하고 있다. AP=연합

 

구글의 빅픽쳐는? 

시장은 구글이 XR은 물론, 빅테크 간 경쟁이 치열해진 인공지능(AI) 부문에서의 경쟁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본다. 구글은 이날 XR 기기와 AI 어시스턴트를 연결하는 구상도 함께 밝혔다. 단순히 XR 한 분야를 위한 게 아니라 AI어시스턴트를 담는 ‘엣지 디바이스’로도 XR 기기를 주목하고 있다는 의미다. 구글은 지난 10일 ‘제미나이 2.0’(Gemini 2.0) 공개 당시에도 “멀티모달(텍스트·이미지·동영상 등 다양한 데이터 양식을 동시 처리하는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범용 어시스턴트라는 비전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새로운 AI 에이전트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순다 피차이 구글 CEO), “구글검색·구글렌즈·구글맵스 등 각종 툴을 활용해 일상 생활에 더욱 유용한 어시스턴트 역할을 수행할 것”(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이라고 밝혔다.

XR과 AI 어시스턴트 어떤 궁합?

3차원(D) 공간에서 시각·청각·촉각적으로 콘텐트와 교감하는 XR은 멀티모달이 강조되는 AI와 기술 발전 방향이 유사하다. 구글은 이날 안드로이드 XR을 통해 구현하려는 소비자 경험의 예를 자세히 소개했다. 여기에서도 XR 헤드셋, XR 안경 등 기기의 AI 어시스턴트 폼팩터로서 효용을 주로 묘사했다.

 
구글은 XR 헤드셋에 대해 “유튜브와 구글 TV를 가상의 대형 화면에서 즐기고, 구글 맵스(Google Maps)의 몰입형 보기를 통해 도시와 랜드마크를 마치 현실에서처럼 탐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크롬 브라우저의 다중 가상 화면으로 멀티 태스킹을 손쉽게 처리할 수 있게 된다”며 “간단한 제스처만으로도 ‘서클 투 서치(Circle to Search·스마트폰에서 원을 그리면 검색 결과가 나오는 서비스)’ 기능을 사용해 눈앞에 보이는 것에 대한 정보를 바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XR 안경에 대해선 안드로이드 XR 홈페이지를 통해 “당신의 AI 비서 제미나이가 하루 종일 착용할 수 있는 스타일리시한 안경으로 온다”고 했다. 이어 “제미나이는 당신이 필요할 때 바로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당신 주변 세계를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말을 걸 것”이라며 “예를 들어 휴대전화를 꺼내지 않고도 길찾기, 번역, 메시지 요약 등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빅테크 3파전, 격전지로 떠오른 XR

 
구글의 참전으로 내년엔 글로벌 빅테크 간 XR 전쟁에 불이 붙을 전망이다. 현재 글로벌 XR 시장에선 74% 점유율(카운터포인트, 2024년 2분기 기준)을 차지한 메타가 가장 앞서있다. 메타는 지난 9월 AR 안경 ‘오라이언’, 10월 MR(혼합현실) 헤드셋 ‘퀘스트’를 출시하는 등 라인업을 공격적으로 늘려나가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오라이언은 스마트폰 다음의 컴퓨팅 기기가 될 것”이라고 말하는 등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애플 비전프로. 사진 인터넷 캡처

애플 비전프로. 사진 인터넷 캡처

 
애플도 지난 2월(한국은 11월) MR(혼합현실) 헤드셋 ‘비전프로’를 출시하며 ‘혁신적인 공간 컴퓨터’라고 정의했다.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가 2021년 인수한 XR 헤드셋 스타트업 피코(Pico)도 지난 9월 새 모델 ‘피코 4 울트라’를 내놨고, 대만 모바일 제조업체 HTC도 같은 시기 XR 헤드셋 ‘바이브 포커스 비전’을 출시했다. 시장조사업체 퓨처마켓인사이트(FMI)는 글로벌 XR 시장 매출이 2033년 7558억 달러(약 1082조원)에 달할 걸로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