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 중인 MBK파트너스·영풍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또다시 법적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13일 MBK·영풍은 고려아연이 자기주식(자사주) 공개매수를 통해 취득한 204만30주(지분율 9.85%)의 처분을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지난 11일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고 밝혔다. MBK·영풍 관계자는 “계속되는 자사주 소각 요구에도 고려아연은 소각할 계획이라는 말만 하고 실행을 미루고 있다”며 “자사주를 제삼자에 출연·대여·양도하는 등의 방식으로 의결권을 살리려는 꼼수를 얼마든지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사주를 제삼자에 대차하고 다시 다수의 제삼자에게 나눠 재대차하면 차입자의 특정이 곤란해 변경 주주를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MBK·영풍 측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를 막아달라는 1·2차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모두 기각된 바 있다. 이번 세 번째 가처분은 내년 1월 임시주주총회·3월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최 회장 측이 자사주 의결권을 되살리지 못하도록 원천봉쇄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의결권 행사가 가능한 주주를 확정 짓는 주주명부 폐쇄일은 임시주총의 경우 오는 20일, 정기주총은 오는 31일이다. 현재 MBK·영풍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39.83%안데, 최 회장 측은 우호 지분을 합쳐 약 34%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고려아연은 이날 자료를 내고 “MBK가 존재하지도 않는 허위사실을 가정해 또다시 가처분 소송을 벌이며 고려아연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확산하려 하고 있다”며 “공개매수로 취득한 자사주를 적절한 시기에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전량 소각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자본시장법상 자사주는 취득일로부터 6개월간 처분이 금지되는데, 그 대상에는 대차거래도 포함돼 법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고려아연은 공개매수 이전에 매입한 자사주 1.4%도 보유 중이다. 당초 ‘임직원 평가보상 및 소각’ 목적이라고 공시해 최 회장 측이 의결권 부활에 사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으나, 고려아연 측은 시장 오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처분을 고민 중인 상태다. 앞서 유상증자 추진으로 한 차례 시장의 질타를 받은 만큼 자사주 활용에도 신중하게 접근하는 모습이다.
한편 이날 최 회장 측이 최대주주인 영풍정밀은 장형진 영풍 고문 등 등기이사 5명을 상대로 9300억원대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영풍정밀은 영풍 지분 4.39%를 보유하고 있다. 앞서 영풍의 전·현직 경영진 등에 대해 배임 혐의로 고소한 데 이어 이번엔 배임적 행위로 인해 회사에 끼친 손해액에 대해서도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다.
영풍정밀은 영풍이 MBK와 맺은 계약으로 인해 고려아연 주식의 독자적 의결권 행사를 포기했고, MBK에 아무 대가 없이 일방적으로 유리한 콜옵션을 부여했다고 주장했다. 영풍정밀 측은 “영풍이 고려아연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위해 MBK와 협력하는 과정에서 각종 배임적 행위로 회사에 손해를 끼치고 결과적으로 주주들에게 피해를 줬다”며 “이로 인한 손해액이 최소 9300억원에 달한다는 것이 당사의 평가”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