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이 DAVIDA(답이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카카오톡·텔레그램 프로필에 올라온 문구다. 캐럴 ‘팰리스 나비다 (Feliz Navidad)’를 개사해 만든 ‘탄핵 캐럴’ 소절을 담아 일러스트를 만들어 민주당이 배포했다고 한다. 초선 의원은 “11일 의원총회에서 프사(프로필 사진)를 바꾸자는 제안이 나왔다. 비상시국을 널리 알리자는 취지”라고 했다.
민주당은 12·3 비상계엄 후 탄핵 정국을 의욕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전략·일정·메시지를 비롯해 정보를 받아들이고 내보내는 일까지 지도부와 중진, 초·재선이 일사불란하게 역할을 분담한다. 수도권 중진 의원은 12일 “계엄군에 의해 일거에 체포·수감될 위기를 넘겼으니 협동심이 커진 건 당연한 일”이라며 “의원만 170명이라 적재적소에서 활약할 인재가 많다”고 말했다.
①총지휘 김민석
당 중심에서 탄핵 정국을 이끄는 사람은 김민석 최고위원이다. 지난 5일부터 당내 ‘12·3 윤석열 내란 사태 특별대책위원장’을 맡아 계엄 후 사실상 당무 전반을 총괄 중이라고 한다. 12일 윤 대통령이 “계엄은 통치행위”라는 대국민 담화를 했을 때도 김 최고위원이 대표 회의실에서 “극단적 망상의 표출이고, 불법 계엄 발동의 자백”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재명 2기 대표 체제 수석최고위원인 그는 계엄 전부터 이 대표의 핵심 측근으로 분류됐다. 지난 8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후보자로 지명됐을 때 ‘계엄설’ 의혹 제기를 했는데, 실제 계엄이 터지면서 힘이 더 실렸다. 김 최고위원은 1964년생으로 이 대표와 동갑이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최근 대부분의 중요한 논의가 내란특위에서 이뤄진다”며 “당내 다른 특위의 업무보고도 모두 내란특위를 거치고 있다”고 전했다.
운동권 출신인 김 최고위원은 계엄 선포 당일 페이스북에서 정치권 최초로 ‘내란죄’를 거론했다. 탄핵 국면에서 당 전략을 구상하고 핵심 논리를 구축하는 한편, 독한 말을 쏟아내는 강성 스피커 역할까지 자임하고 있다.
②정보수집 김병기·박선원·부승찬·김병주
전략을 뒷받침하는 핵심 정보는 민주당의 군·국정원 출신이 도맡아 수집 중이다. 계엄 후 일주일간 당으로 각종 제보가 접수됐는데, 국정원 출신 김병기·박선원 의원과 군 출신인 김병주·부승찬 의원이 이 중 몇몇을 선별·가공해 전면에 내세우며 탄핵 정국의 흐름을 만들어냈다.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지난 6일 “윤 대통령이 정치인은 싹 다 잡아들이라 지시했다”고 폭로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김병기 의원이 있다. 홍 전 차장이 국회에 와서 신성범 국회 정보위원장과 면담할 있도록 다리를 놔주는 역할을 한 것이다. 국회 정보위 민주당 간사인 박선원 의원은 계엄 선포 다음날인 지난 4일 “국회 경내에 진입한 계엄군에 실탄과 기관단총이 지급됐고 현장에 저격수도 배치됐었다”는 내용의 제보를 처음 공개했다.
국방부 대변인 출신인 부승찬 의원은 ‘김용현 전 국방장관이 여인형 방첩사령관에게 작성을 지시했고, 방첩사 장교들이 2018년 기무사 계엄 문건을 참고했다’는 내용의 계엄사령부 포고령 작성 경위를 밝혀냈다. 김병주 의원도 북파공작원(HID) 투입, 작전명 ‘충성 8000’ 등 계엄 당일 군 상황을 상세히 알렸다.
③법률실무 김용민
김 의원은 윤 대통령을 ‘내란의 우두머리’로 적시한 상설특검과 일반특검 요구안도 도맡아 작성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를 고발하고 김건희 특검법을 제출하는 자리에도 직접 갔다.
재선인 김 의원은 21대 국회 때부터 강경파로 활동했다. 지난해 8월 “민주당 168석으로 단독 탄핵이 가능하다”며 처음으로 윤 대통령 탄핵을 공개 주장했다. 민변 시절 간첩증거조작사건 등을 변호한 경험에 기반해 당내 검찰독재대책위원회 부위원장도 맡고 있다. 22대 국회 개원 직후 조국혁신당과 함께 ‘검수완박 시즌 2’ 토론회를 열어 검찰을 폐지하고 기소청을 세우는 방안을 논의했다.
④무대연출 정청래·최민희
정 위원장은 9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오동운 공수처장에게 “윤 대통령에 대한 출국금지 수사를 지휘했나”고 물었다. 이날 오후 윤 대통령은 출국금지됐다.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도 계엄 후 세 차례 전체회의를 소집해 방통위의 유언비어 대응반 가동 의혹, 방심위의 윤 대통령 탄핵 촉구 페이지 삭제 등을 추궁했다. 최 위원장은 6일 전체회의 도중 윤 대통령 국회 방문설이 돌자 “대통령 차량을 목격하더라도 절대로 접근하지 말라”는 경고도 했다.
⑤외곽지원 김태년·박홍근·우상호
이처럼 효율적 역할 분담으로 ‘신속한 탄핵’을 추진한다는 게 현 민주당 지도부의 최우선 기조다. 다만 야권 일각에서는 “중도 호응을 이끌어내고, 보수 진영 역결집을 피하기 위해서는 템포를 조금 늦추는 것이 좋다”는 신중론도 분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지난 10일 우상호 전 의원(4선)을 내란사태 특별대책위원회 산하 전략자문단장에 위촉했다. 우 전 의원은 지난 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의 이해를 구하면서 1~2주 정도 캠페인을 병행했다면 1차 탄핵안이 100% 가결됐을 것”이라고 공개 지적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한걸음 한걸음이 조심스러워야 할 탄핵 정국”이라며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 원내대표였던 우 전 의원이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