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동분서주하고 있다. 지난 3일 심야에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해 국회 출입이 통제되자 담을 넘어 국회로 진입하는 모습이 포착되는 등 주목도도 높아졌다.
우 의장은 비상계엄 발령 이후부터 12일까지 4차례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인 4일 자정 기자회견에서 “모든 국회의원께서는 지금 즉시 국회 본회의장으로 모여달라”고 했고,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의결이 이뤄진 후엔 본관 로텐더홀에서 “대통령은 즉각 국무회의를 소집하고 계엄 해제를 공고하라. 국민의 요구이고 헌법 명령”이라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야권에서 ‘2차 계엄’ 우려가 확산했던 6일에도 “제2의 비상계엄은 있을 수 없다. 의장과 의원들은 모든 것을 걸고 막아낼 것”이라고 선언했다. 우 의장은 한덕수 국무총리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이른바 ‘공동국정운영’ 합의를 했던 8일 당일엔 이를 “명백한 위헌”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우 의장은 11일 기자회견에선 “12· 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통상 국정조사는 교섭단체에서 특정 현안에 대해 실시를 합의하면 의장이 국정조사특위 구성을 각 당에 요청하는 순서로 이뤄진다. “의장이 국정조사 실시를 교섭단체에 먼저 요구한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우 의장은 계엄령 직후인 5일 국회 경비를 총괄해 온 국회경비대장의 국회 출입금지를 지시했고, 법무부에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출국금지를 요청했다. 2차 계엄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일시적으로 국회 잔디광장에 대형 버스를 배치하기도 했다.
②국회 운영
우 의장은 지난 10일에는 야당 단독 감액 예산안을 본회의에 상정했다. 야당 주도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강행 처리된 감액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돼 처리된 건 헌정 사상 처음이었다. 국회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국회의장은 일방 처리 선례를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에 최대한 여야 합의를 주문한다”며 “특히 행정부가 편성해 온 예산안의 야당 단독 처리까지 허용한 건 의외”라고 말했다.
③대외 일정
우 의장이 계엄 이후 탄핵 정국에서 적극적 행보를 펼치면서 존재감도 커졌다. 한국갤럽이 지난 10~12일 전국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3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정계 요직 인물 신뢰 여부’를 물었더니 우 의장을 ‘신뢰한다’고 답한 비율이 56%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41%), 한덕수 국무총리(21%),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15%)를 크게 앞섰다.
다만 정치권에선 “중립을 지켜야 할 국회의장이 과도하게 정국에 개입하는 듯한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국회의장을 맡았던 정세균 전 의장이 탄핵안 가결 및 탄핵심판 과정에서 공개 메시지를 자제한 것과 비교하는 시선도 있다. 정 전 의장은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인용됐을 당시 긴급 기자회견에서 “탄핵 결과를 정치적 셈법을 위해 활용해선 안 된다. 우리 정치가 탄핵되었다는 심정으로 정치 개혁에 매진해나가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의장이 여당의 역할을 완전히 무시하고 정파에 치우쳐 중립성을 잃은 것 아니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