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태화강을 찾는 회귀 연어가 해마다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어의 개체 수는 도심 하천의 생태환경 상태를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다. 하천 수질과 생태계 건강을 반영한다.
울산시와 태화강생태관은 14일 태화강 상류 울주군 범서읍 구영교 인근에 설치된 포획장에서 연어 개체 조사를 진행한 결과, 지난 6일 기준으로 37마리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연어가 태화강에 처음 등장한 것은 2003년으로 당시 5마리였다. 이후 연어 개체 수는 꾸준히 증가했다. 2009년에는 614마리, 2013년 1788마리, 2014년에는 1827마리로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2020년부터 연어 수가 감소하기 시작해 그 해 885마리, 2022년에는 173마리, 지난해에는 45마리로 줄었다.
연어 개체 수 감소에 대해 울산시 측은 "태화강 수질 문제가 아니라 하천 수온, 강수량, 태풍, 지구온난화 등 자연적인 환경 요인에 의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2016년 태풍 차바가 울산을 강타했을 때 연어 123마리만 태화강을 찾았다. 이는 8년 만의 최저치였다. 당시 태화강은 흙탕물로 변했고, 연어가 올라오는 길목에 자갈과 돌이 쌓여 지형 변화가 발생했다.
지난해 연어 45마리만 태화강을 찾은 것도 늦더위로 해수면 온도가 평소보다 높아져 회귀 시기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태화강 수질은 연평균 생물 화학적 산소 요구량(BOD) 2.7mg/L로 수생생물 서식에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2022년 울산 울주군 선바위교 인근 태화강에서 어린연어 방류 체험행사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연어를 방류하고 있다. 뉴스1
울산은 국가정원을 품은 태화강의 수질이 최상급임을 증명하기 위해 연어 개체 확보에 힘쓴다. 2016년부터 연어를 인공적으로 부화해 방류하고 있다. 연어를 포획해 얻은 알을 태화강생태관 배양장에서 인공 수정·부화하고 겨울 동안 어린 연어로 키워 이듬해 2~3월 방류하는 식이다. 지금까지 459만2000여 마리를 바다로 보냈다. 올해도 포획한 연어를 통해 얻은 알을 배양장에서 부화해 내년 2~3월 태화강에 방류할 계획이다.
또 2019년부턴 태화강 방류 연어의 이석(耳石) 무늬와 유전자 정보를 확인하고 있다. 이석 무늬는 연어 아가미 속 귓속뼈에 나무 나이테처럼 고유무늬가 있는 것을 말한다. 이를 통해 방류지, 방류 시기, 출생지, 연어 활동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연어가 산란하는 태화강은 한때 '죽음의 강'으로 불리던 시절이 있었다. 공장에서 방류한 폐수로 2000년 이전에는 수질 오염 척도로 쓰이는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이 10mg/L 정도였다. 공업용수로도 쓰지 못하는 말 그대로 썩은 강이었다. 이후 울산시는 2004년 생태도시 울산을 선언하고, 오염된 태화강 살리기에 나섰다.
이런 노력 끝에 물이 맑아졌고, 생태계가 되살아났다. 3월이면 황어가 돌아오고, 8~9월엔 백로 등 철새가 모여든다. 태화강과 울산만은 동해안 최초로 국제철새 이동 경로 사이트에 등재되면서 철새들의 주요 서식지로 자리매김했다. 태화강 십리대숲과 삼호대숲 일대는 2019년 국내 2호 국가정원으로 지정됐다.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