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에 AI교과서도 지위 불안 "학교 도입 어려울까 걱정"

15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사회관계 장관 긴급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15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사회관계 장관 긴급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해온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AIDT)와 의대 증원 등의 교육 정책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추진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주호 “사회 각 부처 현안 철저히 챙겨 달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5일 오후 정부 서울청사에서 사회관계 장관 긴급 간담회를 열고 “며칠 사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 국정 상황으로 국민의 불안과 우려가 매우 높다”며 “각 부처 주요 정책과 과제가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철저히 챙겨 달라”고 말했다. 이어 “매주 사회관계 장관 간담회를 개최해 현안을 수시로 점검하고 협력사항을 논의하겠다”고 했다.  

‘디지털교과서’인데 ‘교과서’ 지위 불안

지난 1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4 대한민국 교육혁신 박람회'에서 한 학생이 AIDT로 수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4 대한민국 교육혁신 박람회'에서 한 학생이 AIDT로 수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었던 주요 교육 정책에도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내년 3월 학교 현장에 도입되는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AIDT)가 대표적이다. 

야당은 그동안 AIDT의 교과서 지위를 박탈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지난달 28일 국회 교육위원회는 AIDT를 교과용 도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야당 주도로 통과시켰다. 교육자료는 교과서와 달리 사용 여부가 각 학교장의 재량에 달려 있기 때문에 현장에서 활용도가 떨어질 수 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였는데, 권한대행 체제가 되면서 AIDT의 지위가 불안해졌다”고 말했다. 


에듀테크 업계 “정부가 주도해 수백억 투자했는데”

AIDT 사업을 준비해온 에듀테크 업계는 긴장하는 분위기다. 한 업체 관계자는 “지금껏 개발비로 수백억 원을 투자하고, 막바지 홍보와 연수에도 비용이 들고 있다”며 “교육자료로 각 학교에 (선택의) 자율권을 주면 당초 교육부의 일정대로 도입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교육업체 관계자는 “AIDT는 정부 주도로 만들어진 시장이기 때문에 회사의 명운을 걸고 투자했다”며 “도입 직전에 정책이 흔들리면 앞으로 누가 정부를 믿고 투자를 하겠느냐”고 토로했다. 일각에선 관련 업계에서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의료계 “의대 신입생 모집 중단해야”…의대 증원 안갯속

지난 8일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의료농단·계엄 규탄 집회를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8일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의료농단·계엄 규탄 집회를 하고 있다. 뉴스1

의대 증원 정책에도 제동이 걸렸다. 의료계는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직후 ‘의대 증원 무효화’를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 등에서 “의대 교육 붕괴를 막기 위해 2025년 의대 신입생 모집 역시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했다.

의대생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도 “재학생인 24학번과 신입생인 25학번의 동시 교육은 불가능하다”며 “25학년도나 26학년도 중 한해 모집 정지는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2025학년도 입시는 이미 진행 중이기 때문에 되돌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국 의대 39곳이 수시에서 최초합격자 3118명을 선발해 통보했다. 다만 2026년 이후 정원에 관해서는 “의료계가 합리적인 방안을 제시하면 원점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방침이라 논의 가능성이 열려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