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가운데, 테슬라가 글로벌 자동차 산업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주목된다. 이런 기대감에 테슬라 주가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전거래일보다 4.34% 오른 주당 436.23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테슬라 주식 22.3%를 보유한 머스크 CEO는 전체 순 자산 규모가 4329억 달러(약630조원)를 돌파해 지구상 최고 부자에 올랐다.
머스크 CEO나 테슬라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호재는 자율주행 규제 완화다. 현재 미국 자율주행 관련 규제는 주 정부가 하고 있는데 다음달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면 연방 차원의 규제를 만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럴 경우 머스크의 바람대로 테슬라가 앞서 있는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규제가 현재보다 폭넓게 완화돼 관련 산업이 커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로보택시 시장도 커질 수 있다. 현재 구글 웨이모가 주도하는 이 시장에 아마존 자회사 죽스와 테슬라가 뛰어들 준비 중이다. 머스크 CEO는 지난달 로보택시용 차량인 사이버캡 시제품을 공개했고 2026년 미국에서 정식 서비스로 출시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 애덤 조너스는 테슬라의 목표 주가를 기존의 310달러에서 400달러로 올리고 비중 확대 등급을 부여하면서 테슬라를 자동차 부문의 최선호주(Top Pick)로 꼽았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이 이끌 새 행정부의 정책 변화로 전기차 판매에 단기적인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자율주행 리더십을 가지고 있는 테슬라의 내년 자동차 판매 성장률이 최대 30%를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LA 오토쇼에 전시된 테슬라의 사이버캡 로보택시. AFP=연합뉴스
또 머스크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미국과 중국 사이 자율주행·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 2기에서 머스크는 사실상 유일한 친중 인사로 꼽힌다. 테슬라는 올해 중국 정부와 손잡고 중국 데이터를 활용한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 중이다. 또 테슬라의 일부 전기차에는 세계 1위 배터리업체 중국 CATL의 배터리가 탑재되고 있다.
이 때문에 외교 매체 포린폴리시는 지난달 “머스크가 중국과 새로운 무역 전쟁을 벌이려는 트럼프의 계획을 제어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머스크는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정책에서 와일드카드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테슬라는 한동안 주춤했던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도 다시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테슬라는 2017년 한국 진출 이후 처음으로 연간 전기차 신규 등록 2만대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11월까지 신규 등록된 테슬라 전기 승용차는 총 2만8498대로, 현대차(2만8463대)를 단 35대 차로 제치고 2위에 올랐다. 1위는 기아(3만4384대)로 집계됐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테슬라 매장에 모델X가 전시돼 있다.
테슬라는 올해 모델Y 후륜구동 가격을 200만원씩 두 차례 인하해 5299만원으로 낮췄고, 지난 4월에는 모델3의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하며 국내 시장을 적극 공략했다. 완성차 업계에선 연말 자동차 판매 성수기를 고려하면 올해 테슬라의 3만대 돌파는 무난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진출 9년 만에 사상 최대 실적이다.
박영우 기자 novemb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