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권한이 정지되면서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 중인 경찰 국가수사본부(국수본) 비상계엄 특별수사단도 수사 고삐를 당기고 있다.
15일 경찰 등에 따르면 국수본은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 참석자들에 대한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을 비롯해 최근엔 박성재 법무부 장관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지난 13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출석해 “15일 경찰과 만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수본은 그간 박안수 당시 계엄사령관(육군참모총장) 및 문상호 정보사령관 등 43명의 현역 군인을 조사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를 통해서 국방부, 육군본부, 수도방위사령부, 특수전사령부, 방첩사령부, 정보사령부 등 군인 1500여명이 지난 3일 비상계엄에 동원된 것으로 파악했다. 국수본은 경찰청 경비과장·경비안전계장, 서울경찰청 범죄예방대응부장·경비안전계장, 김준영 경기남부경철창정 등 국회 및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통제 상황과 관련해 경찰 관계자들에 대한 참고인 조사도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다.
내란 의혹의 핵심 피의자로 입건한 윤 대통령에 대해서도 통신영장·신병확보·관저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국수본 관계자는 지난 13일 브리핑을 통해 “필요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단계로, 계속해서 내부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며 “출석 요청은 아직 하지 않았지만 체포영장 신청 및 관저 압수수색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경찰의 윤 대통령 및 대통령실 등을 대상으로 한 강제수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있다. 형사소송법상 대통령실 등은 군사상 비밀 및 공무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이기 때문에 책임자의 승낙 없이 압수수색을 진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사기관이 청와대(대통령실)를 상대로 강제수사에 나선 경우는 있지만, 집행까지 마무리한 전례도 없다. 국수본 또한 지난 11일 대통령실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사실상 무산됐다. 현직 대통령을 경찰이 체포한 경우도 전례가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에도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을 거쳐 2017년 3월 10일 대통령 파면 결정이 내려진 뒤인 같은달 21일 검찰 특별수사본부 조사가 이뤄졌고, 31일 구속됐다.
다만 윤 대통령이 형사상 불소추특권 예외 대상인 내란 혐의를 받는 만큼 박 전 대통령과 비교했을 때 수사 시계가 보다 빨리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 헌법상 대통령에겐 내란 또는 외환(外患) 죄를 제외하곤 재직 중에 형사소추를 받지 않는 특권이 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내란 혐의 피의자로 입건된 상태다. 외환 혐의에 대해서도 더불어민주당 등의 고발로 인해 피고발인 신분이다.
이 때문에 경찰 내 일각에선 국수본이 내란죄의 수사 주체임을 천명한 만큼 윤 대통령의 신병확보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서울경찰청 소속 강일구 총경은 지난 10일 경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윤 대통령이) 내란 행위를 했다는 사실은 국회, 국방부와 군, 국정원 관계자들의 양심 선언만으로 부족함 없이 입증됐다”며 “즉시 윤석열 신병 확보, 체포를 시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경찰 간부도 “국정농단 수사와 달리 윤 대통령에게 적용된 내란 혐의는 불소추특권 예외 대상인 만큼 헌법재판소 탄핵 심리와는 별개로 신속하게 수사가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적잖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