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닷새만에 코스피는 소폭 하락했다. 증권가는 탄핵 가결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줄었다고 평가했지만, 외국인 투자자의 발길까지 되돌리지는 못했다. 투자자들은 오는 17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열리는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에 더 긴장하는 모습이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0.22% 하락한 2,488.97에 장을 마쳤다. 개인은 3688억원을 순매수하며 엿새 만에 매도 행진을 멈췄지만, 외국인이 4779억원 어치를 팔아치우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다만 귀환한 개인 매수세는 코스피를 장중 한 때 2515.62포인트까지 끌어올리기도 했다.
16일 오후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0.22% 내린 2,488.97에 장을 마쳤다. 연합뉴스
전일 미국 증시는 브로드컴의 인공지능(AI) 관련 실적 증가로 반도체 관련주 전반에 훈풍이 불었지만, 한국에선 SK하이닉스(2.17%)와 삼성전자(-0.89%)의 희비가 엇갈렸다. 이 밖에 현대차(-1.86%) 기아(-2.85%) 카카오(-4.25%) 등 시총 상위 종목들이 대체로 부진했다. 코스닥은 개인 매수세(2091억원 순매수)에 힘입어 0.69% 올라 700선 코 앞인 698.53에 마감했다.
코스피가 소폭 하락한 것과는 별개로 증권가는 탄핵 가결이 증시에 미칠 영향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소추안 심리와 심판, 인용할 경우 차기 대통령 선거 등을 앞두고 있어 정치적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된 건 아니지만, 적어도 큰 줄기의 정치 일정은 잡혔다는 분석이다. 앞으로 환율이 안정을 되찾을 경우, 코스피는 2600선까지도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가치는 2원 내린(환율 상승) 1435원에 마감했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도 국회의 탄핵소추안이 확정되면서 증시가 반등했다”며 “탄핵 불확실성 해소로 코스피는 높게는 2600포인트, 낮게는 2400포인트 사이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탄핵안의 국회 가결 이후 증권가의 관심은 정부의 재정 정책 기조 변화와 미국의 기준금리 방향성으로 모인다. 여당의 교섭력이 약화한 만큼 조만간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자는 더불어민주당의 주장이 관철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추경 편성 규모가 과도할 경우, 국가부채 부담 증가로 증시에는 부정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또 오는 17~18일 FOMC 회의에서 미국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 하더라도, 내년도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추겠다는 의사가 확인될 경우에도 증시엔 부담이 될 수 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와 환율은 최악의 상황을 상당부분 반영했기 때문에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영향은 정점을 지났다”면서도 “훼손된 투자 심리가 회복되려면 시간이 걸리고, 아직 기업 실적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