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마을서 스테이크 썰면서 야경 감상"...전주 고도지구 27년 만에 해제

전북 전주시 완산구 한 호텔에서 내려다본 전주 한옥마을 전경. 백종현 기자

전북 전주시 완산구 한 호텔에서 내려다본 전주 한옥마을 전경. 백종현 기자

1997년 고도지구 지정 

전북 전주의 '스카이라인(하늘과 맞닿은 산·건물 등 윤곽선)'이 확 높아진다. 전주시가 변화한 도시 여건에 맞춰 공원 주변 건축물 높이를 규제하는 이른바 '고도지구' 층수 제한을 대폭 풀면서다. 1997년 고도지구를 지정한 지 27년 만이다.

전주시는 17일 "공원 주변 고도지구 제도를 정비한 '전주 도시관리계획 변경 결정' 사항을 전날 고시했다"고 밝혔다. 시는 1997~1999년 공원 조망 훼손 방지와 도시 경관 보호를 위해 덕진·가련산·인후·화산·다가·완산·기린·산성 등 8개 공원 주변(경계서 200∼300m 이내) 15개 고도지구(752만9303㎡)를 지정·관리해 왔다. 공원별로 4~12층(1층 기준 4m) 이하로 건물 높이를 제한했다.

그러나 이번 고시로 시 전체 고도지구 87%인 11개 고도지구(655만1385㎡) 층수 제한이 해제됐다. 덕진·가련산·인후·화산·다가 등 5개 공원 주변 고도지구는 전체가 풀렸다. 공원 조망이 양호하고 지속적 관리가 필요한 완산·기린·산성 등 3개 공원 주변 고도지구(97만7918㎡)는 그대로 두기로 했다. 다만 재개발·재건축 지역 외에 준공 후 20년 이상 지난 노후 공동주택은 고도지구별 특성에 따라 20~30층까지 제한 층수 완화가 가능하도록 했다.

우범기 전주시장이 지난달 25일 전주시 전주종합경기장 부지에서 열린 '철거 공사 안전 기원 착공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우범기 전주시장이 지난달 25일 전주시 전주종합경기장 부지에서 열린 '철거 공사 안전 기원 착공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우범기 "한옥마을서 야경 보며 와인 마실 건물 필요"  

이로써 연간 1000만명이 찾는 전주 한옥마을(풍남동 일원·기린로변)도 최고 30층짜리 건물이 들어설 수 있게 됐다. 도심 한복판(29만8260㎡)에 한옥 700여 채가 자리한 한옥마을은 4~6층 이하로 건물을 지어야 했다. 2022년 7월 취임한 우범기 전주시장은 "한옥마을에도 와인을 곁들이며 스테이크를 썰면서 야경을 볼 고층 건물이 필요하다"며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히 허물겠다"고 했다. 

전주 한옥마을에선 전통 음식만 팔도록 했지만, 이미 지난해 7월 '한옥마을 지구단위계획'을 손질해 일식·중식·양식도 팔 수 있도록 허용했다. 2022년 11월엔 '도시계획조례 일부 개정안'이 시의회 심의를 통과해 건축물 높이 40m 이상 개발행위 시 받아야 했던 도시계획위원회 심의가 없어졌다.


도심 한복판에 한옥 700여 채가 자리한 전주 한옥마을 야경. 백종현 기자

도심 한복판에 한옥 700여 채가 자리한 전주 한옥마을 야경. 백종현 기자

난개발 우려도…시 "정주 환경 개선"

그간 고도지구 지정 이후 재개발·재건축이 제한되면서 건축물 노후화에 따른 도시 경관 훼손과 주거 환경 악화 등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전주시는 2022년 11월 관련 용역에 착수, 공원 주변 고도지구 정비안을 마련했다. 이후 지난 6월 주민설명회, 전략환경영향평가, 전주시의회 의견 청취, 전주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을 거쳤다.

그러나 일각에선 "고도 제한을 풀면 한옥마을 등 관광 자원이 고층 빌딩에 갇혀 원도심 경관이 훼손되고 난개발이 우려된다"(전북환경운동연합)는 비판도 여전하다. 이와 관련, 전주시는 이번에 전면적으로 해제되는 11개 고도지구에 대해서도 기존 제한 층수 이상으로 건축할 땐 지구단위계획을 통해 도심 공원 통경축(시각적으로 열린 공간)·조망권을 고려한 건축 배치와 층수 계획을 수립하도록 할 방침이다. 국승철 시 건설안전국장은 "이번 고도지구 개편은 변화하는 도시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며 "도시 경관과 정주 환경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