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때마다 공포" 골수검사 환자 40%가 실패 경험..."안전 보장해달라"

지난 2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환자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환자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골수검사를) 할 때마다 공포가 어마어마합니다. ‘이번에는 잘하는 분이 와야 할 텐데’ 간절히 기도합니다. 하시던 분이 꾸준히 하는 게 제일 좋습니다.”

골수검사를 받아본 백혈병·혈액암 환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은 설문조사 답변의 일부분이다. 최근 법원에서 골수검사를 위해 검체를 채취하는 업무(골막 천자)를 간호사도 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려 의사들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백혈병·혈액암 환자의 약 40%는 전문간호사의 골수검사 시행에 찬성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통상 의사들의 의료행위를 더 신뢰하는 환자들의 경향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찬성 비율이다. 환자단체는 “숙련도가 부족한 의료인으로부터 환자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환자 안전을 보장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17일 한국백혈병환우회는 지난 10월 24~31일 백혈병·혈액암 환자 355명을 대상으로 골수검사 경험 관련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의사의 지도·감독 하에 전문간호사도 골수검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찬성한 비율이 39.3%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반대 응답은 49.4%, 잘 모르겠다는 11.3%였다. ‘골수검사를 의사가 지도·감독하면 전문간호사도 할 수 있는 진료보조행위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을 때는 33.9%가 동의했다. ‘의사만 할 수 있는 의료행위라고 생각한다’는 응답은 60.5%가 택했다.

자료 한국백혈병환우회

자료 한국백혈병환우회

 
이런 설문 결과 발표에 앞서 지난 12일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전문간호사의 골수검사가 무면허 의료행위가 아니라고 최종 판단했다. 서울아산병원이 2018년 4~11월 소속 간호사들에게 골막 천자(골수 검체를 채취하는 행위)를 시켰다는 이유로 의료법 위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 대해 1심은 무죄, 2심은 유죄를 선고했는데, 대법원은 다시 무죄 취지로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골수검사는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진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자질과 숙련도를 갖춘 간호사가 진료 보조행위로서 시행할 수 있는 의료행위”라고 판단했다.

이에 의사단체는 “골막천자는 면허된 의사만 수행해야 안전이 보장된다”(대한의사협회)면서 반발하고 나섰지만, 적잖은 환자들은 숙련도가 부족한 의사에게 검사를 받을 때 통증과 불안을 느꼈다고 호소했다. 환우회가 공개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골수검사 관련 환자 경험을 묻는 주관식 문항에서 환자들은 “못하는 전공의한테 받을 바에 전문간호사를 더 신뢰한다” “의사라고 해도 익숙지 않은 경우 오히려 환자에게 고통을 초래한다” 등의 답변을 적어냈다. 


실제 골수검사를 받아본 환자 중 상당수는 한 번 만에 채취에 성공하지 못해 불편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에 응한 환자들 중 한 번에 성공했다는 답변은 61.9%였고, 두 번 이상 받았다는 답변은 38.1%(135명)였다. 두 번 이상 검사를 시도한 135명 중 두 번째에 성공한 경우는 50.4%(68명)였고, 세 번째 이상에서 성공한 경우가 49.6%(67명)에 달했다. 두 번 이상 시도한 환자들 중 49.6%(135명 중 67명)는 동일한 의료인이 계속 시도했고, 나머지는 의료진이 교체됐는데, 두 번 이상 실패하고 나서야 의료진이 바뀌었다는 환자가 38명이었다.  

환우회는 “골수검사는 통증이 심하고 환자안전사고 우려도 있는 대표적인 침습적 검사행위이므로 1회 실패 시 숙련된 고학년 레지던트나 전문의로 교체되어야 하지만, 38명이 2회 이상 실패한 후 교체됐다”며 “이는 환자의 진료받을 권리는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골수검사는 병원에서 1년 차 레지던트가 수련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들의 숙련도는 전문의에 비해 부족하다”며 “골수검사와 같은 침습적 검사행위 관련한 환자의 안전과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가이드라인과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는 전공의 수련병원 지정요건에 이런 내용이 포함되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