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 중재나선 野…"한덕수, 무조건 의료계에 사과해야"

지난달 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영호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영호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 탄핵 정국 속에 지난 2월 시작된 의·정 갈등도 해결이 막막해진 가운데,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중재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민주당 소속인 김영호 국회 교육위원장과 박주민 보건복지위원장이 박형욱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과 19일 간담회를 열고 머리를 맞대기로 하면서다. 이들 의료계 단체 대표들이 대통령 계엄사태 이후 정치권과 대화 테이블에 앉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민주당으로서도 이날 간담회에서 당장 뾰족한 해결책을 도출하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의과대학 수시모집 최초합격자 등록이 18일 마감됐고, 오는 31일부터 정시모집 원서 접수가 시작되는 등 내년도 입시가 상당 부분 진행된 상황이지만, 의료계는 여전히 ‘2025년도 신입생 모집 중단’ 요구를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4일 박단(왼쪽)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개혁신당-의협-대전협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박형욱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 뉴시스

지난달 24일 박단(왼쪽)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개혁신당-의협-대전협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박형욱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 뉴시스

 
‘내년도 정원 조정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정부와 ‘모집을 멈추라’는 의료계 주장을 절충할 복안이 있을까. 김영호 국회 교육위원장은 18일 통화에서 “현실적으로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정원을) 약간 조정하는 것조차 수험생에게 굉장한 혼란을 줄 수 있다”면서도 “아주 미세한 조정이라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 정부가 최소한의 성의를 의료계에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 “양측 감정의 골이 이렇게 깊은 상태로 내년이 되면 2026년도 정원을 협상하기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무조건 의료계와 국민들에 고개 숙여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의료계에서는 수시 미충원 인원을 정시로 이월하지 말고, 정시 추가 합격을 제한하는 등의 방법으로 정원을 줄이자고 제안하는데.
“교육부는 각 대학이 모집요강에서 발표한 정원대로 모집하지 않으면 법 위반으로 소송에 휘말려 더 큰 혼란이 올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법을 위반해서도 안 되고, 의료계와 수험생의 희망과 기대를 모두 고려해야 하는 굉장히 어려운 문제다. 국회 복지위·교육위 합동 청문회가 열렸던 지난 8월이 정원을 조정할 골든타임이었지만, 정부의 ‘시간 끌기’ 작전에 여기까지 와버렸다. 현실적으로 시간이 너무 촉박하지만, 수험생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의료계의 주장을 조금이나마 수용할 방법이 있는지 찾아내야 한다. 아주 미세한 조정이라도 해서 정부가 의료계에 성의를 보여야 한다.”

-내년도 정원을 미세조정한다 해도, ‘증원 백지화’를 바라는 전공의·의대생들이 돌아오지 않을 수 있는데.
“맞다. 첫 단추를 너무 잘못 끼웠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서로 신뢰를 회복하는 게 시급하다. 특히 계엄 포고령에 ‘처단’과 같은 극단적인 내용이 들어가 의료계의 공분이 엄청난 상황이다. 이대로면 내년 4~5월까지 매듭지어야 하는 2026년도 정원 협상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그나마 의료계는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가 중지됐다는 점에 희망을 걸고 있다. 내년 초 확정될 2025년도 정원이 어떻게 되든, 지금까지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의료계와 국민들에게 반드시 고개 숙여 사과해야 한다.”


김 위원장은 “탄핵 정국에서 민주당이 제1야당으로서 조금 더 이 문제에 대한 역할을 키워, 해결 방안을 자체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며 의정갈등 해결에 보다 주도권을 잡을 것을 예고했다.

-의대 정원 규모 관련 염두에 둔 대안이 있나.
“각 대학의 강의실, 교수진 등의 여건을 고려해 과학적으로 증원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이번에 정원이 50명에서 200명으로 늘어난 충북대 등은 국정감사 때 가보니 실습실이나 교수진 등이 전혀 준비돼있지 않은 상태였다. 각 대학이 여건에 맞게 정원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되, 의대 교육여건을 가장 잘 아는 학장의 의견을 ‘청취’하는 정도가 아니라, ‘동의’를 받아 정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전체 2000명 증원은 불가능할 거고, 몇백명 수준의 증원이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