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방세동 최신 치료법인 펄스장 절제술(Pulsed Field Ablation, PFA)이 국내에서 처음 성공적으로 실시됐다. 이 시술은 기존 심방세동 치료법의 부작용을 최소화한 것이라 환자들의 관심이 쏠린다.
19일 삼성서울·세브란스병원은 심방세동의 펄스장 절제술 성공 소식을 나란히 밝혔다. 심방세동은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가장 흔한 부정맥 질환의 일종으로, 가슴이 답답하거나 어지럽고 숨이 차는 증상이 나타난다. 60세 이상 고령층에서 유병률이 높으며, 불규칙한 혈액 흐름 때문에 혈전(피떡)이 생겨 뇌졸중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런 심방세동을 치료하기 위해 지금까지는 고주파 에너지로 심방세동 유발 부위를 절제하는 ‘고주파 전극도자 절제술’이나, 냉각에너지를 활용하는 ‘냉각풍선 절제술’이 주로 활용됐다. 두 방법 모두 식도나 횡격막 신경 등 심근조직 이외 주변 조직이 손상될 위험이 있었다.
새로 도입된 펄스장 절제술은 짧고 강한 전기적 신호인 펄스장 에너지를 이용해 주변 조직은 보존하면서 비정상적인 전기신호가 발생하는 심근세포만 선택적으로 정확히 제거할 수 있다. 시술 시간도 한 시간 안팎으로, 기존 방법보다 20~40% 이상 단축돼 환자에게 부담이 적다.
지금까지 나온 펄스장 절제술의 임상 결과, 이 시술을 받은 환자의 87.9%가 1년 동안 정상 박동을 유지했고, 발작성 심방세동 환자의 경우 90.8%가 정상 박동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작용 발생률도 전세계 12만여명 이상의 환자에게 사용한 결과 0.7%로 보고돼 2~6% 사이인 기존 치료법들과 비교해 안전하다는 평가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13일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에서 안전성·유효성이 있는 신의료기술로 인정됐다.
세브란스병원은 이날 오전 8시 심방세동 환자 권모(53)씨를 시작으로 총 5명의 환자에게 펄스장 절제술 시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밝혔다. 정보영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펄스장 절제술은 심방세동 치료에서 세계적으로 안전성이나 효과가 확인된 첨단기술로, 도입 전부터 국내 환자들의 관심이 컸다”며 “기존 방법보다 훨씬 빠르고 안전해 환자들에게 도움이 많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은 부정맥 분야 세계적 석학인 독일 베타니엔 심장혈관센터의 줄리안 천 교수가 참관한 가운데 펄스장 절제술을 실시했다. 삼성서울병원 부정맥센터는 지난해 풍선냉각 절제술 ‘폴라엑스’ 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도입하는 등 부정맥 치료 기술 고도화에 적극 나서왔다. 온영근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펄스장 절제술 도입으로 심방세동 부정맥 환자들에게 가장 앞선 치료법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며 “해외 석학과 함께 첫 시술을 진행한 경험을 살려 최신 부정맥 치료 연구를 강화하고, 우리나라 부정맥 치료 역량을 세계에 알리는 기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