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코스피 2% 가까이 급락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주가 하락은 외국인과 기관이 주도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8024억원 어치를 사들였지만,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4288억원, 5099억원을 팔아치우며 1조원에 가까운 매물 폭탄을 내놨다. 특히 전날까지 16거래일 연속 매수 우위로 코스피를 떠받치던 기관마저 이날 ‘팔자’로 돌아서면서 낙폭을 키웠다.
원화값 1450원 밑으로...‘금융위기 수준’
달러가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내년 ‘금리인하 속도조절’을 꺼내면서 한 층 강세를 보이고 있다. Fed는 18일(현지시간) 열린 12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예상대로 0.25%포인트 낮췄다. 하지만 내년 금리 인하 횟수를 기존 예상치인 4회(1%포인트 인하)에서 2회(0.5%포인트 인하)로 조절하겠다고 시사했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물가 재반등 조짐과 고용 약화 가능성 완화에 내년 통화정책을 대폭 수정했다”며 “금리 불확실성에 미 증시가 급락했고, 높아진 금리 수준과 달러 강세는 국내 증시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이 내놓은 실적 전망치가 예상을 크게 밑돈 점도 국내 증시에 악재로 작용했다. 마이크론은 18일(현지시간) 2025년 2분기(2024년 12월~2025년 2월)에 매출은 79억 달러, 주당순이익(EPS)은 1.53 달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예상 매출은 월가 전망치인 89억9000만 달러를 크게 밑돌았고, EPS도 시장 전망치(1.92달러)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이에 국내 반도체 기업 주가도 크게 흔들렸다.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3.28% 내린 5만3100원, SK하이닉스는 4.63% 내린 17만5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외국인 순매도액 1위, SK하이닉스는 기관 순매도액 1위 종목이었다.

김영옥 기자
미국 증시 크게 하락했지만 “한국이 더 걱정”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다만, 미국증시 고점론에 대해서는 섣부르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이 수출 중심이라면 미국은 소비 중심인데, 내년 2% 성장률 등 경제가 좋은 만큼 당장 고점론을 우려할 만한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강한 미국 경제와 반도체 업황 부진 속에 한국 증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김태홍 대표는 “한국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가 예상보다 낮고, 관세 우려와 삼성전자 등 대표 반도체 기업들도 부진도 극복해야 한다”며 “공매도 금지로 외국인이 쉽게 (증시에) 들어올 수 없는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박희찬 센터장 역시 “미국의 금리인하 속도 조절보다 마이크론 전망이 한국 증시엔 더 큰 악재”라며 “반도체 업황 회복이 생각보다 더딜 수 있는 만큼, 기업들의 4분기 실적 바닥을 확인할 때까지 주가 상승 동력도 약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