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HBM 장비사 투톱 정면충돌...한미반도체, 한화에 특허소송

한미반도체가 16일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용 본딩 장비 ‘TC 본더 그리핀 슈퍼 본딩 헤드’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곽동신 한미반도체 회장이 신형 TC본더 장비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한미반도체

한미반도체가 16일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용 본딩 장비 ‘TC 본더 그리핀 슈퍼 본딩 헤드’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곽동신 한미반도체 회장이 신형 TC본더 장비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한미반도체

전 세계 고대역폭메모리(HBM) 장비 시장 1위 한미반도체가 한화정밀기계를 상대로 반도체 장비 특허소송을 제기했다. 급성장 중인 HBM 장비 시장 주도권을 두고 국내 1, 2위 업체가 정면으로 충돌한 모양새다.

 
한미반도체는 이달 4일 한화정밀기계가 한미반도체의 HBM 생산용 TC본더 특허를 침해했다며 서울중앙지법에 제소했다고 19일 밝혔다. 인공지능(AI) 메모리 대표주자로 시장이 급성장 중인 HBM은 메모리 반도체인 D램을 수직 적층해 만든다. 이 과정에서 D램을 쌓은 뒤 접합(본딩)하는 공정이 필수적인데 이때 필요한 장비가 TC본더다.

 

지난 11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SUMMIT 2024에 SK하이닉스의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가 진열되어 있다. 뉴스1

지난 11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SUMMIT 2024에 SK하이닉스의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가 진열되어 있다. 뉴스1

열 압착을 통해 칩과 웨이퍼(반도체 원판)를 붙이는 반도체 후공정 장비 특성상 본더 장비의 기술력에 따라 전체 HBM의 수율(양품 비율)이 좌우된다. 이에 본더를 만드는 반도체 장비 업체들의 기술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한미반도체는 TC본더 분야에서 세계 점유율 1위(추정치 65%)를 차지하고 있다.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 등에 장비를 공급 중이다. 특히 HBM 상용화 초기 단계에서부터 SK하이닉스와 손잡고 TC본더를 공동 개발해 납품하는 등 사실상 관련 반도체 장비를 독점적으로 공급해왔다. 


한화정밀기계 역시 최근 본더 장비 시장에 진출하며, 시설 증설에만 2000억원 가까이 투자하고 개발 인력을 확충하고 있다. 최근 SK하이닉스의 HBM 생산라인에 공급될 TC본더 납품을 놓고 한미반도체와 경쟁 중이다. 이외에 싱가포르 장비 업체 ASMPT도 본더 시장에 뛰어들었다.

 

한화정밀기계의 플립칩 본더 장비. 사진 한화정밀기계

한화정밀기계의 플립칩 본더 장비. 사진 한화정밀기계

한미반도체 측은 2017년 전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던 2개 모듈·4개 본딩 헤드 방식이 한화정밀기계 장비와 동일한 점 등 반도체 장비 구조와 외관 설계가 유사하다고 판단해 이번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앞서 한미반도체는 자사에서 한화정밀기계로 이직한 전 직원을 상대로 전직금지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한화정밀기계는 이날 소송에 대해 “한미반도체의 특허 침해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이에 대한 반박과 함께 강력한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