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표절 논란은 대개 기존 곡 전체가 아니라 특정 부분이 유사하다는 취지로 제기된다. 이 경우 저작권 침해로 인정되려면, 기존 곡의 해당 부분이 ‘창작성이 있는 표현’이고, 신곡의 해당 부분이 기존 곡의 해당 부분과 ‘실질적으로 유사’해야 한다. 음악 저작물에서 가장 독창적인 표현은 ‘멜로디’이므로, 결국 저작권 침해 여부는 멜로디를 중심으로 평가하되, 리듬과 화성, 창작성 있는 표현이 곡 전체에서 차지하는 양적·질적 비중을 함께 고려한다.
표절이 아니지만 두 곡을 유사하다고 느끼는 사례는 대개 코드 진행이 부분적으로 같거나 유사한 경우이다. 대중적인 멜로디를 만들기 쉬운 소위 같은 머니 코드(Money chord)를 사용한 곡들끼리는 비슷한 ‘느낌’을 주지만, 표현의 핵심인 ‘멜로디’는 크게 다른 경우가 많다. 예를 들자면 가수 이상민의 ‘해바라기’, YB의 ‘나는 나비’는 비틀스의 ‘렛 잇 비(Let It Be)’와 같은 머니 코드를 사용했다.
특히 음악은 일부 음만 달라져도 곡 전체의 분위기도 달라지고 이후의 멜로디에도 큰 영향을 미치므로, 멜로디가 완전히 동일하지 않다면 표절을 인정하는 것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가령 4마디가 ‘시시시라/시/미도도시/라’와 ‘시시시/시/도도시/라’로 진행되는 두 곡을 대비해보자.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전자는 ‘시-미-도’에서 음의 높낮이가 크게 변하는 반면, 후자는 비슷한 음으로 계속 진행되어 전자와 다른 부드러운 분위기와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 여기에 두 곡의 리듬 구성까지 다르다면 차별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대비된 부분이 차지하는 비중도 중요하게 고려된다. 가령 기존 곡에서 반복되어 대중들에게 강한 인상을 준 부분을 멜로디 변경 없이 그대로 사용한 경우라면, 표절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멜로디가 부분적으로 동일하더라도, 기존 곡에서는 도입부나 브릿지에 등장하여 비중이 크지 않은 반면 신곡에서는 후렴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여 곡의 주제를 드러내거나 전체적인 분위기를 좌우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면, 기존 곡과 다른 창작적 개성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으므로 함부로 표절로 평가할 수 없다.
실제 표절 관련 소송사례들을 보면 저작권 침해를 주장한 곡보다 먼저 발표된 곡에서 유사한 멜로디가 확인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 경우 해당 부분의 창작성이나 신곡과의 실질적 유사성이 부인되기 쉽다. 모든 창작은 많든 적든 먼저 발표된 창작물들의 영향 속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어찌 보면 새로 발표된 곡이 완전히 새롭지 않은 것은 오히려 당연하다고도 볼 수 있다.
저작권법은 ‘표현’과 ‘아이디어’를 구분하여 ‘표현’만 보호하는데, 이는 표현에 포함된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활용하여 더 많은 창작이 이루어지도록 장려하는 것에 방점이 찍혀있다. 원곡의 본질적인 표현까지 그대로 복제하는 표절행위는 결코 옹호될 수 없지만, 새로운 창작적 개성이 드러나는 표현임에도 일부 멜로디나 코드 진행, 콘셉트 등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무분별하게 표절로 낙인 찍는다면, 다양한 창작적 시도와 실험을 제약하게 되므로 저작권법의 목적에는 맞지 않는다.
결국 창작의 자유와 저작권의 보호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는 ‘유사한 느낌’을 이유로 함부로 표절로 단정하기보다는, 대중들이 느끼는 그 유사성이 단순히 코드 진행이나 스타일 등의 공유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원곡의 본질적인 표현을 그대로 복제한 것인지 엄격한 검토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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