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소방관 운전 배제한 119…인권위 "이런 배려는 성차별"

지난해 4월 충남 홍성 산불 당시 전국에서 소방 지원이 있었다. 연합뉴스

지난해 4월 충남 홍성 산불 당시 전국에서 소방 지원이 있었다. 연합뉴스

여성 소방관을 산불 현장 출동 때 업무에서 배제한 것은 성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이 소방관의 상사는 "현장의 열악한 환경을 고려한 배려였으며 숙련된 인력으로 출동대를 편성한 것"이라는 취지로 해명했으나, 인권위는 여성을 향한 배려가 또 다른 성차별이라고 밝혔다.

인권위는 경기도 한 소방서 119안전센터에 근무하던 여성 소방관 A씨가 제기한 진정에 대해 성차별로 판단하고 소방본부장에게 성평등 교육 등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고 23일 밝혔다.

A씨는 2023년 4월 충남 홍성 산불에 지원을 나갈 당시 화학차 운전을 맡으려 했지만 직속 상사인 팀장이 '여성이 장거리 운전을 하면 위험하다'는 이유로 업무에서 배제됐다고 주장했다. A씨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소방 차량 운전 업무를 하겠다고 요청했으나 여자라는 이유로 거절당했다며 진정을 냈다.

소방 차량 행렬. 뉴스1

소방 차량 행렬. 뉴스1

 
이에 팀장은 팀원들의 업무는 업무 경력 등을 토대로 결정하고 산불 출동에서 A씨를 제외한 것은 현장의 열악한 환경을 고려한 배려인 동시에 업무에 숙련된 인력으로 출동대를 편성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였다.

하지만 인권위는 A씨가 대형 운전면허 보유자로 별도의 운전 교육을 받았고, 주변인(참고인) 진술 등을 통해 해당 팀장이 여성이 운전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하고 있던 점이 확인된다고 밝혔다. 또, 산불 출동 당시 A씨 의사나 업무수행 능력 등을 살핀 정황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했다.


인권위는 A씨를 배려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보호와 배려의 명목으로 여성을 특정 업무에 배치하지 않는 것은 성차별적 인식의 또 다른 단면"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