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통치행위 사법심사 제외’ 인정은 지극히 신중해야”

대법원은 26일 ‘통치행위 개념을 인정하더라도 사법심사 제외 행위는 지극히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례를 국회에 제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2일 담화에서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권 행사는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행위”라고 주장한 것을 대법원이 반박하는 취지의 입장을 낸 것이다.

대법원 전경, 뉴스1

대법원 전경, 뉴스1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윤 대통령의 해당 주장에 대한 대법원의 입장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법원이 이 같은 서면 답변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다만 대법원은 “법원은 구체적인 사건이 접수될 경우 재판을 통해 판단하는 기관이므로, 재판 외에서 특정한 쟁점이나 가정적인 상황에 관해 답변하는 것은 적절치 않음을 양해해 달라”고 전제했다.

대법원은 구체적 답변 대신 과거 대법원 판결을 제시했다. 대법원은 먼저 1997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들어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가 아닌 이상 계엄선포의 요건 구비 여부나 당·부당을 판단할 권한이 사법부에는 없다고 할 것이나, 비상계엄 선포가 국헌문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행해진 경우에는 대법원이 심사할 수 있다는 판시를 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판결은 전두환 전 대통령 내란수괴 혐의 재판으로, 당시 전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 전국 확대는 ‘고도의 정치적 행위’로 사법심사 대상이 아니다”는 논리로 무죄를 주장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전 전 대통령의 논리를 깨며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아울러 대법원은 2010년 전원합의체 판결도 인용했다. 과거 박정희 정부 긴급조치 위반으로 유죄를 받은 피해자가 재심을 청구해 열린 재판이다. 당시 대법원은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 행위는 이른바 통치행위라 하여 법원 스스로 사법심사권의 행사를 억제하여 그 심사대상에서 제외하는 영역이 있을 수 있으나, 이와 같이 통치행위의 개념을 인정하더라도 과도한 사법심사의 자제가 기본권을 보장하고 법치주의 이념을 구현하여야 할 법원의 책무를 태만히 하거나 포기하는 것이 되지 않도록 그 인정을 지극히 신중하게 하여야 한다”고 판단했다.

백 의원은 “이번 계엄이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윤 대통령의 주장과는 다른 견해를 대법원이 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