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분 다른 옥시와 공범 인정은 잘못” SK케미칼·애경 대표 파기환송

2021년 1월 1심 선고 후 법정을 나서는 홍지호 전 SK케미컬 대표(왼쪽),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뉴스1

2021년 1월 1심 선고 후 법정을 나서는 홍지호 전 SK케미컬 대표(왼쪽),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뉴스1

 
가습기살균제 ‘가습기메이트’를 제조‧유통한 책임으로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전 대표에 대한 금고 4년을 선고한 2심을 대법원이 파기했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26일 홍지호 전 SK 케미칼 대표,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 13명을 모두 업무상과실치사상 유죄로 인정한 원심을 파기하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다고 밝혔다. 여러 성분의 가습기살균제를 복합적으로 사용한 피해자들에 대한 판단이 잘못됐다는 취지다.

SK케미칼·애경산업의 가습기살균제 '가습기메이트'. 연합뉴스

SK케미칼·애경산업의 가습기살균제 '가습기메이트'. 연합뉴스

 
2011년경 불거진 가습기살균제 사건은 크게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PGH(폴리옥시에틸렌헥사메틸렌구아디닐) 성분을 주원료로 하는 옥시레킷벤키저의 ‘옥시싹싹’, 롯데마트의 ‘와이즐렉 가습기살균제’, ‘홈플러스 가습기살균제’ 등 계열과, SK케미컬이 만든 CMIT(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 성분을 주원료로 하는 애경 ‘가습기메이트’, ‘이마트 가습기살균제’ 계열로 나뉜다.

이 중 PHMG‧PMG 성분은 독성 확인이 빠르게 진행돼 2018년 1월 옥시레킷벤키저의 신현우 대표가 업무상과실치사상으로 4년형을 확정받는 등 제조‧유통 책임자들에 대한 형사책임이 먼저 인정됐다. 그러나 CMIT‧MIT의 경우 사용자도 적고 유해성 연구도 적어 독성 실험과 인과관계 입증에 시간이 더 걸려 2019년에야 관련자들을 기소해 이 사건 재판이 진행됐다.

2021년 1심은 피고인들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CMIT‧MIT의 독성이나 폐질환을 유발‧악화시킨다는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않고, 인과관계가 있을 가능성을 열어둔 연구결과는 “사망 사건 이후 실시된 연구라 연구자의 주관이 개입됐을 여지가 있어 형사사건의 증거로 쓰기 부적절하다”며 부인하면서다. 그러나 올해 1월 항소심 재판부는 홍 전 대표와 안 전 대표에게 금고 4년형 등 피고인 모두를 유죄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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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 재판부는 CMIT·MIT의 독성 및 질병 발생의 인과관계를 모두 인정하면서, 앞서 유죄가 확정된 옥시레킷벤키저의 ‘옥시싹싹’을 함께 사용한 피해자들 모두에 대해서도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사 모두 업무상 과실로 제품들을 각각 제조‧판매했고, 그 결함으로 상해‧사망의 결과가 일어났으니 여러 제품을 중복 사용한 피해자에 대해선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공동정범으로 볼 수 있다”며 연대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른 가습기살균제를 혼합 사용한 피해자까지 모두 인과관계를 인정한 건 잘못됐다고 봤다. 이 사건의 피해자 총 94명 중 애경의 가습기메이트만 사용한 피해자는 4명, PHMG·PGH 성분인 ‘옥시싹싹’을 함께 사용한 사람은 72명, 이마트 가습기살균제와 옥시싹싹을 함께 사용한 사람은 13명이다.

대법원은 “옥시 가습기 살균제는 사용 방법은 같지만 성분이 전혀 다르고, 이 사건 살균제가 옥시의 제품을 개량해서 만든 거라고 볼 수도 없다”며 “옥시 피고인과 공동정범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고 했다. 이어 “원심처럼 과실범의 공동정범을 인정하면, 대량생산‧대량소비가 이뤄지는 현대 사회에서 상품 제조‧판매업자에 대한 형사책임 성립 범위가 무한정 확장된다”고도 지적했다.

 
가습기살균제 단독 사용 피해자 관련 공소사실에 대해 피고인들은 CMIT‧MIT의 독성 및 질병과의 인과관계도 부인하는 취지로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이에 대해선 판단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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