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시비를 벌이다 재판에 넘겨진 전북 전주 한 폭력조직원들과 관련한 사건에서 드러난 해당 조직의 구체적인 행동 강령이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주지법 제12형사부(부장 김도형)의 판결문에는 이 같은 조직 강령이 담겼다. 조직 강령은 선배 뜻에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조항이 대부분이라 폭력조직의 전근대적 문화를 짐작하게 한다.
판결문을 보면 전주를 기반으로 둔 A 폭력조직은 1980년대 유흥업소에서 일하던 지배인 등 이들 여럿이 모여 결성했다. '조직원 간 친목을 도모하고, 상호 이익을 위한다'는 기치 아래 조직 관리를 위해 조직원이 지켜야 할 행동 강령도 만들었다.
여기엔 '선배 알기를 하늘과 같이 안다' '선배 앞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직계 선배에게는 허리를 45도 굽혀 인사하고, 차상급자에게는 90도로 숙여 인사하며 예의를 갖춘다'와 같은 내용이 포함됐다.
조직원들은 시내 한 호텔과 사우나 주변을 배회하면서 '유사시 흉기와 둔기를 사용해서라도 상대 조직을 제압해 폭력계의 주도권을 잡는다'는 암묵적인 규칙도 익히고 있었다. 사건도 이 규칙 때문에 일어났다.
상대 조직원 위협한 3명 실형·집유
마찰이 빚어진 장소가 커피숍 앞이라 이들 다툼은 대규모 폭력 사태로 번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들 사이에 고성이 오가면서 대치가 한동안 이어졌다. 결국 B씨 등 주범 3명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단체 등의 구성·활동)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B씨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을, 범행에 가담한 나머지 조직원 2명에게는 징역 1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고 26일 밝혔다. B씨 등은 이전에도 동종 전과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부는 "범죄단체는 폭력성이나 집단성 때문에 그 자체로도 위험성이 크다"며 "조직 위세를 바탕으로 온갖 폭력 및 재산범죄를 저지른다면 선량한 다수의 시민에게 심각한 피해를 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들이 상대와 적극적으로 대치한 시간이 길지 않고, 위력 과시 외에는 폭력을 저지르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