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세 아이 시신 명단 누락에 유족 분통…유족에 시신 인도 시작

31일 오전 무안공항에서 진행된 항공기사고 브리핑에서 나원오 전남지방경찰청 수사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31일 오전 무안공항에서 진행된 항공기사고 브리핑에서 나원오 전남지방경찰청 수사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의 신원 확인 과정에서 일부 탑승자가 누락되는 일이 벌어졌다. 유가족들이 이에 항의하자 정부는 무안국제공항 현장에 직원을 추가로 배치하여 소통 창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31일 오전 무안국제공항 대합실에서 열린 정부 브리핑에 참석한 유가족 A씨는 “할머니와 아버지, 아이까지 희생자가 3명인데 아이(8)가 신원 확인·미확인 명단 자체에 빠졌다”고 항의했다. A씨는 “저희 유족 중 한 분도 정부에 신원 확인을 빨리 해달라고 요구한 사람이 없는 데 이런 일이 벌어져 유족에게 사실을 명확히 제시해줄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전남경찰청 관계자는 “현장에서 DNA 신속 판독기로 확인된 분을 어제, 오늘 새벽 취합하는 과정에서 정리를 잘못해 1명이 아예 명단에서 빠져 있었다. 누락 사실을 이미 확인됐는데 유족에게 제대로 통보되지 않았다. 진심으로 반성한다”고 사과했다. 이날 브리핑에 참석한 나원오 전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소통을 위한 연락관을 재해대책본부에 추가 파견하고 대합실 사무실에 경찰 3명을 추가 배치해 신원 확인이나 시신 인도에 대해 궁금한 점을 즉각 확인할 수 있게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참사로 부모를 잃은 유가족 B씨도 “미확인 명단에 어머니 이름이 없다”며 “항공사에서 제공한 명단부터 이름이 틀린 게 많다”고 지적했다.

31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과학수사 경찰들이 유류품 수습 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31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과학수사 경찰들이 유류품 수습 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전날 정부의 브리핑 일방 취소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왔다. 전날 오후 11시 브리핑을 예고했다가 갑자기 취소해 밤늦은 시각까지 기다리던 많은 유족이 허탈하면서다. 


참사 발생 사흘째 희생자 179명 중 5명의 신원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5명 중 2명은 미성년자다. 나원호 전남청 수사부장은 “모계냐, 부계냐 등 관계에 따라 DNA를 확인하는 사정이 다르다”며 “이러한 절차 때문에 5명에 대한 통보가 늦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신 인도 절차도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전날 정부는 검시 절차가 완료된 90명에 대해 인도 절차를 밟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지만 실제 진행은 더뎠다. 비교적 온전한 형태로 수습한 희생자 수가 179명 가운데 5명에 불과할 정도로 시신 훼손 정도가 심했기 때문이다. 전날 이 중 4명의 시신을 유족에 인도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수습한 시신 일부를 헬기로 원주 본원에 가져와 DNA 대조 검사를 진행 중이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시신 검시와 검안, DNA 대조로 신원 확인까지 다 끝난 분이 28명 계신다”며 “이분들에 대해서는 유가족이 인도에 동의하면 오늘 오후 2시부터 바로 모시고 가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7시50분 기준, 정부는 28명 중 유족과 인도 여부를 통화로 논의한 뒤 5명에 대해 인도를 승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