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1일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여야 대표 회동에서 국정협의체를 출범하기로 합의했다. 양당 대표 회동은 지난 9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이 대표의 만남 후 122일 만이다.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장 주재 여야 대표 회동이 열리고 있다. 왼쪽터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우원식 국회의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성룡 기자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국회와 정부가 민생 현안을 다루기 위한 협의체를 조속히 가동하기로 합의했다”며 “외교·안보·통상·민생·경제 등 모든 부분에 걸쳐 국정을 안정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우 의장, 권 비대위원장, 이 대표 등 4명이 중심을 잡고 정국 수습에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여야는 지난 23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후 국정 수습을 위해 여·야·정 협의체를 출범시키기로 합의했지만, 야당의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추진에 여당이 반발하면서 추가 논의가 이어지지 못했다.
국정협의체 가동은 우 의장의 제안에 여야 대표가 응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우 의장은 모두발언에서 “국민이 너무 힘든 심정으로 연말을 보내고 새해를 맞고 있다. 국회와 정부가 국정 협의체를 구성해 초당적으로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제안했다. 권 비대위원장은 “여·야·정 협의체를 조속히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했고, 이 대표도 “국민 불안 최소화를 위해 정당 협의가 필요하다”며 뜻을 모았다. 여야는 양당 정책위의장과 대표 비서실장, 국회의장 비서실장과 정무수석, 총리실 국무조정실장이 참여하는 실무 협의를 거쳐 국정협의체를 띄우기로 했다.
여야는 무안 제주항공 사고 수습을 위한 국회 차원의 대책위원회도 꾸리기로 했다. 국민의힘 여객기사고대책위원장인 권영진 의원, 민주당 항공참사대책위원장인 주철현 의원과 김민기 국회사무총장 3인의 공동위원장 체제로 구성된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국회 차원에서 통합해 지원하는 것이 낫겠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신원 확인과 검시·검안 작업 등의 절차를 신속하게 하는 데 필요한 책임자 면책 등을 국회가 검토해 정부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상견례를 겸해 30분가량 회동이 이어졌지만 여야 모두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과 ‘쌍특검(김건희·내란)법’ 거부권 등 정쟁 사안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조 수석대변인은 “헌법재판관과 특검 논의는 전혀 없었다”며 “이 대표가 추경(추가경정예산)을 제안했고, 권 위원장이 ‘당에서 논의하겠다’고 답했다. 국정협의체에서 다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