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 원서접수 시작…"이제 2026년도 의대 정원 논의해야"

지난 30일 서울의 한 의과대학 부속 건물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뉴스1

지난 30일 서울의 한 의과대학 부속 건물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뉴스1

2025학년도 대입 정시 모집이 31일 시작되면서 대학은 물론 의료계에서도 2026학년도 정원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수시 미충원 인원까지 반영된 2025학년도 정시 모집 정원이 발표되면서 내년도 의대 정원 조정은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의대 수시모집서 정원 105명 못 채워

교육부는 전날(30일) 각 대학이 발표한 수시 미충원 인원을 집계한 결과 전국 의대 39곳에서 105명을 정시 모집으로 이월했다고 밝혔다. 지난해(33명)보다 72명 늘었다. 의대 수시 모집에서 정시로 이월 인원이 100명을 넘은 것은 2021학년도 이후 4년 만이다. 정시 원서 접수는 다음 달 3일까지 각 대학 일정에 따라 진행된다.

의대 증원 여파로 중복 합격자가 다수 발생하며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미충원 규모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대구가톨릭대가 17명으로 지난해(2명)보다 15명 늘었다. 충남대(11명)와 부산대(10명), 고신대(8명), 전북대(7명) 등도 이월 인원이 많았다. 반면 서울대·연세대·성균관대·한양대 등 서울 소재 의대는 모집 인원을 다 채웠다. 고려대는 1명이 미충원됐지만, 지난해(8명)보다는 규모가 줄었다. 

당초 입시업계에선 의대 정시 이월 규모가 2021학년도(157명) 이후로 4년 만에 세 자릿수 회복은 물론, 200명에 가까울 수 있단 예상이 나왔다. 하지만 비수도권 의대가 수시 추가 합격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전체 정시 이월 규모는 예상보다 적었다는 평가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은 “비수도권 의대에서, 특히 지역인재전형 정원을 채우기가 매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예상보다는 적지만 그럼에도 대형 의대 한 개 규모가 미선발된 셈으로, 정시에서도 정원을 못 채우는 의대가 나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2025학년도 정원 못 건드려, 2026학년도 협의해야”

지난 30일 서울의 한 의과대학 앞으로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뉴스1

지난 30일 서울의 한 의과대학 앞으로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뉴스1

그동안 의료계는 수시에서 정시로 이월되는 인원이라도 선발하지 말자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정시 모집이 이날부터 시작되며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은 재논의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한 비수도권 의대 학장은 “내년도 정원은 어떤 식으로도 손대기 어려워졌고, 탄핵 정국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이지만 26학년도부터 증원 규모를 줄이는 등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비수도권대 총장도 “의료계와 대학, 정부가 서로 조금씩 양보할 각오로 논의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고 했다. 

전날 구연희 교육부 대변인은 “2026학년도의 입학 정원 논의는 답보 상태에 있지만, 교육부에 ‘의대국’을 만들고 나서 본격적으로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편 교대는 올해 정원을 줄였는데도 지난해(341명)보다 수시 미충원 인원이 늘었다.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는 서울교대·한국교원대 등 6곳에서 지난해(341명)보다 많은 356명(30일 오후 2시 기준)이 정시로 이월됐다고 밝혔다. 아직 이월 규모를 발표하지 않은 교대도 7곳이 남아 이월 규모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이에 대해 임성호 대표는 “교대의 인기 하락으로 교대와 일반대를 동시 합격한 상위권 학생들은 일반대로 빠져나갔거나, 낮아진 수능 최저 기준을 염두에 두고 수시에 지원했으나 그마저 맞추지 못해 탈락한 학생들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