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런 해도 대기 48번" 시장통 소아과…독감 환자 1주일새 2배

지난 30일 오후 서울시 구로구 우리아이들병원 진료 대기실. 문상혁 기자

지난 30일 오후 서울시 구로구 우리아이들병원 진료 대기실. 문상혁 기자

 
지난 30일 오후 2시 30분, 서울시 구로구 우리아이들병원 진료 대기실. 점심 휴게시간이 끝난 직후였지만 마스크를 착용한 아동들과 보호자로 꽉 찼다. 이마에 해열 패치를 붙인 환자도 있었다. 병원 관계자는 "5개 진료실에 50명씩 대기 접수를 할 수 있는데 다 마감됐다"면서 "최근 하루 600~700명이 방문하는데, 대부분 독감 환자"라고 전했다.

대기실엔 발열·기침 등 독감 증상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았다. 보호자 이모(68)씨는 "5살 손주가 어젯밤 잔기침을 해 방문했다"면서 "점심시간 끝나자마자 왔는데도 대기번호가 48번이었다"고 말했다. 4살 아이가 열 나서 병원을 찾은 박모(37)씨는 "이렇게 사람이 많은 줄 몰랐다"면서 "독감 진단받고 나오는 길"이라고 말했다.

주간 독감 의심 환자 추이. 자료 질병관리청

주간 독감 의심 환자 추이. 자료 질병관리청

 
독감(인플루엔자) 환자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31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51주차(12월 15~21일) 외래환자 1000명당 독감 의심 환자는 31.3명을 기록했다(의원급 300곳 표본감시). 직전 50주차(13.6명)와 비교하면 2.3배로 뛰었다. 지난 20일 전국에 독감 유행주의보가 내려진 뒤 유행세가 더 빨라진 셈이다.

양진선 질병관리청 감염병관리과장은 "올해는 예년 대비 한 달 정도 늦게 독감 유행이 찾아왔다"면서 "독감 환자가 당분간 계속 증가해 1월 중에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번 독감은 소아·청소년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51주차 기준 13∼18세 독감 의심 환자 비율은 1000명당 74.6명이다. 이번 절기 독감 유행주의보 기준(8.6명)의 약 9배 수준이다. 7∼12세 환자도 62.4명으로 뒤를 이었다. 청·장년층 환자도 일주일 새 두 배가량 증가했다. 


백정현 우리아이들병원장은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독감 환자 내원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열제를 먹어도 열이 잘 안 떨어지는 아동들이 많다. 대부분 A형 독감이고, 간간이 B형 독감도 나온다"고 설명했다.

독감 환자가 증가하는 가운데 26일 서울 시내 한 의원에 무료 독감 백신 접종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독감 환자가 증가하는 가운데 26일 서울 시내 한 의원에 무료 독감 백신 접종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독감을 예방하려면 백신 접종을 받는 게 좋다. 독감 국가 예방접종 지원 대상자인 생후 6개월∼13세와 임신부, 65세 이상 노인은 지정 의료기관과 보건소에서 무료로 백신을 맞을 수 있다. 백 병원장은 "환자 중에 '백신 맞아도 독감에 왜 걸리나요' 묻는 분들이 많다. 안 걸리는 게 제일 좋지만, 접종하면 독감에 걸려도 심한 증상으로 악화하는 걸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독감은 기침·재채기 등을 통해 전파된다. 감염 이틀 후에 발열·기침·두통 등이 나타나고, 소아는 오심·구토·설사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유치원·어린이집·노인요양시설 등은 전파 예방을 위해 실내를 2시간마다 환기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