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및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53분쯤 서울 양천구 목동깨비시장에서 검은색 에쿠스 차량이 도로에서 직진 주행하던 중 버스를 앞질러 가속하다가 갑자기 시장 내부로 돌진해 다수의 보행자를 쳤다. 이 사고로 중상 4명, 경상 9명 등 상인 및 보행자 총 13명이 다쳐 인근 대학 병원 등으로 이송됐다. 이 중 중상을 입은 한 40대 남성은 의식이 없는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다가 이날 오후 9시46분쯤 사망 판정을 받았다.
소방당국은 “깨비시장에서 차량이 사람을 치고 갔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곧바로 현장으로 출동했다. 오후 3시 59분쯤 현장에 도착한 소방당국은 인력 68명을 투입해 응급 처치를 했다. 경찰도 신고 접수 이후 60여명이 현장으로 출동해 구급차 등 이동로를 확보하고 피해자 구호 조치 등을 실시했다. 부상자들은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등으로 각각 옮겨졌다.
사고 현장은 아비규환이었다. 시장 바닥엔 차량이 과일가게 등을 치고 지나가면서 사과 등 과일 및 포장 상자가 바닥에 질서없이 널려있었다. 깨비시장 내 식자재가게 주인 정모(61)씨는 “대포 소리 같은 게 들려 바깥을 보니 검은색 차가 저 멀리서부터 밀고 들어오고 있었다”며 “바깥을 나가보니 사람들이 다친 채 쓰러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떡집에서 일하는 김모(50)씨도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굉음이 들려 가게 밖으로 나와 보니 흙먼지가 돌풍처럼 휘날렸다”며 “평소 알고 지내던 상인들이 다쳐 많이 놀라고 무섭다”고 말했다.
신발 가게를 운영하는 황모(54)씨는 “걸레 빨고 나오는데 쾅 하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조금만 늦었으면 나도 치일 뻔했다”며 “사람들이 많이 다쳐서 나랑 한 아주머니가 돌아다니면서 ‘정신 차려라’고 크게 소리치면서 깨웠다”고 말했다. 그는 운전자에 대해선 “시동 끄라고 하니 역으로 나한테 ‘무슨 일 있냐’며 조수석에 있는 모자를 챙겨서 내렸다”고 설명했다.
깨비시장에 사람이 많이 모이는 만큼 상인회가 지방자치단체·경찰에 ‘차 없는 거리’를 건의했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불만도 터져 나왔다. 김치 가게 사장 김모(47)씨는“평일에도 사람이 이렇게 많이 모이는 만큼 차 없는 거리로 지정해 달라는 건의가 많았다”며 “평상시에도 차량이 사이드미러 등으로 지나가는 사람을 툭 치거나 하는 접촉 사고가 종종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가해 차량을 운전한 김모씨(74)의 신병을 확보했다. A씨의 차량에 동승자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이 현장에서 A씨에 대해 음주‧약물 측정 검사를 한 결과 음성 반응이 나왔다고 한다.
김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급발진을 주장하지는 않았다. 김씨는 “차를 오랫동안 주차장에 세워놔 방전이 걱정돼서 오랜만에 끌고 나왔다”며 “시장 가판대 앞에서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김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상) 혐의로 입건했다가 피해자가 사망함에 따라 치사 혐의를 적용해서 수사할 예정이다. 경찰은 현장 폐쇄회로(CC)TV 및 사고차량 블랙박스 등을 확보·분석해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