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이 발부된 지 이틀째인 1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윤 대통령 지지자들 약 4000명(오후 2시 30분 기준 경찰 비공식 추산)으로 가득 찼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의 영장 집행 시점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언제든 윤 대통령 체포를 저지하기 위해 모인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이 발부된 지 이틀째인 1일 오후 12시 50분쯤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 신자유연대 집회 차량 앞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 500명가량이 결집해 있다. 최서인 기자
오동운 공수처장은 이날 출근길에서 “기한 내 집행할 것”이라며 “(관저 앞에) 집회도 있는 것으로 안다. 너무 지나친 환호와 지나친 반대가 있지 않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적법 경호 조치’를 예고한 대통령경호처에 “집행을 막아서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특수공무집행방해죄로 입건할 수 있다고 엄히 경고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체포영장은 오는 6일 자정까지 유효하다. 다만 새해 첫날인 이날은 체포 시도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파악됐다.
집회 참가자들은 이른 아침부터 “부정선거 OUT” “STOP THE STEAL(도둑질 그만)” “이재명이 내란수괴” 등이 적힌 종이를 들고 결집했다. 오전 7~9시 기준 관저 앞 골목을 지키던 지지자 50~60명에는 밤샘 대기한 ‘새벽조’도 있었다. 이들은 보온용 은박 담요를 두른 채 삼삼오오 모여앉아 국밥과 간식을 나눠먹으며 “대통령의 (계엄) 결정은 정당했다” 등의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정오부터 오후 9시까지 집회를 신고한 신자유연대 차량이 도착한 뒤로는 시간당 수 백명 단위로 인파가 불어났다. 오후 2시 기준 한강진역 인근 한남대로는 육교 뒤쪽으로도 질서유지선이 세워진 상태다. 이들은 “윤석열 잘한다” “이재명 구속” “문재인 사형” 등의 구호를 외쳤다.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이 발부된 지 이틀째인 1일 오전 9시쯤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다. 김정민 기자
집회에 참가한 민모(73)씨는 “대통령의 정당한 권리 행사를 내란으로 몰아붙인 것이 못마땅하다”며 “대통령을 뽑았으면 일을 하게끔 국회에서 도와줘야지, 입법·탄핵·예산으로 손발을 다 잘라놨다”고 말했다. 장모(63)씨는 “밤에 잠을 잘 수가 없어서 새벽부터 뛰쳐나왔다”며 “(윤 대통령은) 미국으로 해외로 발로 뛰며 나라를 부강하게 하려던 사람이다. 내가 뽑은 대통령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치과의사 이모(73)씨는 “경기도 성남에서부터 어제 오늘 계속 왔다”며 “이재명 대표가 나라를 못 살게, 거꾸로 침체되게 해서 정권을 잡으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골목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12m 떨어진 반대편에는 윤 대통령 구속·탄핵을 지지하는 쪽이 20명 가량 모였다. 이들은 ‘윤석열 사형’ ‘윤석열 파면’이 적힌 커다란 깃발과 윤 대통령을 전두환 얼굴에 합성한 사진 등을 들고 “내란범을 구속하라”고 외쳤다.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이 발부된 지 이틀째인 1일 오전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열린 반대자 측 집회에서 ‘윤석열 사형’ ‘윤석열 파면’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김정민 기자
경기도 안양에서 응원봉을 들고 집회에 참가한 여희진(19)씨는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지난달 15일부터 계속 시위에 참가하고 있다”며 “관저 앞에서 태극기 부대와 다툼이 있다고 해서 어제 오후 10시부터 나와 밤을 샜다. 더 안전하고 행복한 나라가 되기 위해 새해엔 윤석열 구속을 제일 바란다”고 말했다. 여씨와 함께 새해를 맞은 박모(47)씨는 “국민으로서 너무 화가 나서 나왔다. 계엄으로 죽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다시는 윤석열 같은 대통령을 안 뽑는 안전한 대한민국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양측 사이 긴장감은 유튜버들을 중심으로 때때로 욕설과 고성으로 번졌다. 오전 11시쯤 “북한으로 가라, 빨X이들아”란 외침에 한 유튜버가 “미X개는 성조기 내려라, 여기가 미국이냐”고 맞받는 등 공방이 격해졌다. 그러자 경찰은 “지금부터 용산경찰서 채증 요원들이 채증하겠다”며 “여러분의 안전과 질서 유지를 위해 양 단체 동일하게 설정된 완충 공간 안쪽으로 이동해주시기 바란다”며 제지했다.
한편 진보당은 이날 오전 10시 한남동 관저 앞에서 시무식을 열었다.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는 “내란 세력을 단죄하고 7공화국의 포문을 엽시다”라며 “공수처와 경찰은 1분 1초도 지체하지 말고 체포영장을 집행해야 한다”고 외쳤다. 앞서 31일 민주노총은 “윤석열이 구속되지 않으면 대통령 공관의 문을 직접 열어 내란 수괴 체포 투쟁을 벌일 것”이라며 오는 3일 관저 앞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최서인 기자 choi.seo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