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4년 4월 12일 평양 대극원에서 열린 북중 친선의 해 개막식 행사에서 공연이 끝난 뒤 양국 대표단이 출연자들과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2024년 ‘북·중 친선의 해’가 베이징 폐막식조차 열지 못한 채 용두사미 식으로 막을 내렸다. 지난해 1월 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새해 축전을 교환하며 ‘친선의 해’를 선포한 지 1년 만이다.
1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조중통)의 인터넷사이트에서 ‘조중친선의 해’ 특집페이지로 연결하던 기념 배너가 사라졌다. 같은 자리는 ‘역사적 전환기를 맞이한 조러 친선관계’ 배너로 교체됐다. 북한은 지난해 푸틴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계기로 군사동맹으로 발전한 북·러 양국 관계를 과시하면서 중국과는 고위층 왕래가 끊긴 채 냉랭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1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사 홈페이지 우측에 북중 친선의 해 기념배너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북러 친선 특집 페이지로 연결하는 배너가 등장했다. 조중통 홈페이지 캡처
올해 북·중 사이에는 지도자 새해 축전도 사라졌다. 1일 오후까지 양국 모두 김 위원장이 시 주석에게 새해 축하 편지를 보냈는지 여부를 공개하지 않았다. 반면 시 주석은 부부 명의로 김 위원장에게 연하장을 보냈다고 조중통이 1일 보도했다. 다만 시 주석의 연하장을 베트남·몽골·타지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벨라루스 정상과 함께 보도하는 데 그쳤다. 지난달 17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보낸 새해 축전을 27일 뒤늦게 공개하고, 김 위원장이 푸틴에게 보낸 축전을 31일 공개한 것과 대조를 이뤘다.
1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사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부부 명의로 연하장을 보내왔다고 소개했다. 조중통 홈페이지 캡처
특히 북한은 베트남 공산당 중앙위원회 총비서, 미국사회노동당전국비서 명의의 연하장을 소개하면서도 중국공산당은 언급하지 않아 북·중 “당 대 당” 관계의 이상기류까지 보여줬다.
중국 당국은 원론적 입장을 밝히는 데 그쳤다. 지난달 30일 마오닝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4월 평양에서 중국 권력서열 3위의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의 방북을 계기로 열린 우호의 해 개막식 이후 진행한 활동과 폐막식이 열리지 않은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대신 마오 대변인은 “중·북은 우호적인 이웃으로 시종 전통우호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라며 “중국은 북한과 함께 양국 지도자가 달성한 중요한 공통인식에 따라 중·북관계를 잘 유지하고, 잘 공고히 하며, 잘 발전시키기를 원한다”고 밝히는 데 그쳤다.
북한에 주재하는 차관급 왕야쥔 대사도 관련 발언을 회피했다. 왕 대사는 31일 홈페이지에 북한에 거주하는 중국 교민에게 새해 인사를 올렸는데, “2025년 중국은 중국 특색의 대국 외교를 더욱 과감하게 추진하겠다”고만 언급한 채북·중 관계의 전망은 밝히지 않았다.
북한은 지난 2023년 12월 박명호 외무성 부상, 지난해 3월 김성남 국제부장이 베이징을 방문한 이후 고위급의 방중이 끊긴 상태다. 중국 역시 지난해 4월 자오러지 전인대 상무위원장 이후 고위급의 방북이 중단됐다.
한편 중국은 지난 한 해 핵심 물자의 대북한 수출을 막고 있다. 중국 해관(관세청) 통계사이트를 검색한 결과 지난해 1~11월까지 중국의 대북 옥수수 수출은 2023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액수 기준으로 96.19% 감소했다. 쌀은 87.26%, 질소비료는 98.88%, 복합비료는 81.83% 감소했다. 북한의 식량난 해소에 중국이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의미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