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를 들고 현장을 찾은 여성 2명은 고개를 숙여 묵념했다. 철조망에 조심스레 국화꽃을 내려놓은 이들은 한동안 말을 잊은채 사고 현장 쪽을 지켜보기만 했다. 정숙희(53·여)씨는 “희생자 친척인데 추모를 하기 위해 왔다”는 말만 남긴 채 자리를 떠났다.
시신 발견 지점엔 노란 깃발 수십 개
군 특전사들이 수색 작업을 하는 잔디밭에는 노란 깃발 수십 개가 꽂힌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일부 추모객은 노란 깃발이 희생자 시신이 발견된 지점을 표시해 뒀다는 얘기를 전해 듣곤 경악하기도 했다.
“이미 훌륭한 동생…고마웠고 미안해”
한 추모객은 추모편지들을 읽은 후 쪼그려 앉아 한참을 흐느꼈다. 묵묵히 그의 곁을 지키던 남편 박모(42)씨는 “아내가 친딸처럼 생각했던 언니의 딸이 최근에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아내가) 유족의 아픔을 알기에 더 힘들어하는 것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승무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 메시지들도 있었다. ‘살리고자 최선을 다하셨을 기장님, 부기장님, 그리고 승무원들, 정말 감사합니다’, ‘유명을 달리한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끝까지 요크를 놓지 않으시고 안전하게 착륙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주신 기장님, 부기장님 존경합니다. 파일럿 지망생’ 등의 편지가 걸려 있었다.
유족들, 참사 후 처음 사고현장 찾아
전남도는 무안국제공항 1층과 무안종합스포츠파크 등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지난달 30일부터 이날 오전 11시까지 무안스포츠파크 분향소에는 7591명의 추모객이 다녀갔다. 행정안전부는 오는 4일까지 국가 애도 기간으로 정하고 전국 17개 시·도에 20곳, 66개 시·군·구에 68곳 등 88곳의 합동분향소를 운영한다.
전날 합동분향소가 설치된 무안공항에도 희생자를 애도하기 위한 추모객들이 몰렸다. 공항 분향소 추모객 대기 줄은 이날 오전부터 급격히 길어져 오후 1시쯤에는 공항 내부에서 외부 활주로 울타리 인근 외벽까지 600m가량 이어지기도 했다. 이성철(56·광주광역시)씨는 “광주에도 분향소가 몇곳이 있다고 들었는데 유가족과 함께하기 위해 공항을 찾았다”며 “세월호 참사나 이태원 참사를 겪고도 우리 사회는 변한 게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