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사태 이후 칩거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일 한남동 관저 앞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새해 인사를 담은 편지를 보냈다. 체포영장이 발부돼 강제수사에 직면한 윤 대통령은 “여러분과 나라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한남동 관저 앞에서는 전날에 이어 윤 대통령 지지 집회가 열렸다. 낮 12시에 시작된 집회엔 오후 4시 기준 경찰 비공식 추산 4000여 명이 모였다. 오후 7시 30분쯤 집회 관계자는 “여러분, 윤석열 대통령이 이 현장을 보고 계신다고 한다. 직접 이렇게 메시지가 왔다”고 외쳤다. 환호성 속에 관계자는 A4용지 한장을 무대 뒤 스크린에 띄우고 읽었다.
윤 대통령은 편지에서 “새해 첫날부터 추운 날씨에도 이 나라의 자유민주주의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이렇게 많이 나와 수고해줘서 감사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실시간 생중계 유튜브로 애쓰는 모습을 보고 있다”며 “정말 고맙고 안타깝다. 그리고 추운 날씨에 건강 상하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고 했다.
이어 계엄 선포 담화문에서도 강조했던 ‘반국가세력’을 다시 한번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나라 안팎의 주권침탈세력과 반국가세력의 준동으로 지금 대한민국이 위험하다”며 “여러분과 함께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했다.
또 “국가나 당이 주인이 아니라 국민 한 분 한 분이 주인인 자유민주주의는 반드시 승리한다. 우리 더 힘을 내자”며 “정말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새해 여러분의 건강과 건승을 빌겠다”며 끝맺었다. 편지 끝엔 대통령 명의의 서명도 들어갔다. 이 편지는 대통령실 전용 봉투에 담겨 전달됐다고 한다.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집회 참가자들은 경광봉과 태극기를 흔들며 “윤석열”을 연호했고, 사회자는 “읽으면서 마음이 울컥했다”고 했다.
이 글은 윤 대통령이 직접 작성해 집회 측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석열 대통령 측 변호인단 구성에 관여하고 있는 석동현 변호사는 “대통령이 이틀째 관저 앞 도로변에서 24시간 철야 지지 집회 중인 시민들에게 A4 용지에 직접 서명한 새해 인사 및 지지 감사의 인사글을 관계 직원을 통해서 전달했다”고 했다. 원본 한 부가 집회 관계자에게 전달됐고, 현장 진행자가 지지자들에게 사진을 공유·전파했다.
이를 두고 수사 기관의 소환 등에는 응하지 않으면서 지지자를 결집해 장외 여론전을 펴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내란도 모자라 지지자들에게 극단적 충돌을 선동하는 내란 수괴를 속히 체포해야 한다”며 “이 메시지는 그가 여전히 망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내란을 획책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은 이날 “기한 내 (체포영장을) 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 체포영장은 오는 6일 자정까지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