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손 잡고 입장하려 했는데"…슬픔 속 새해 맞은 예비신부

광주광역시의 한 장례식장에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분들을 추모한다'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이 장례식장에는 참사 희생자 3명의 시신이 안치돼있고 2명의 빈소에서 조문을 받고 있다. 장서윤 기자

광주광역시의 한 장례식장에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분들을 추모한다'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이 장례식장에는 참사 희생자 3명의 시신이 안치돼있고 2명의 빈소에서 조문을 받고 있다. 장서윤 기자

무안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 A씨(60대)의 두 딸은 광주광역시 광산구 장례식장에 차린 아버지 빈소에서 한 해를 넘겼다. 올 하반기 넉 달 간격으로 결혼을 앞둔 자매 곁은 예비 남편들이 지켰다. 아직 결혼식 전이지만 빈소 현황 안내판 속 가족 명단엔 두 사람 이름도 함께 있었다. 큰딸은 “결혼식 날 아버지 손을 꼭 잡고 입장하고 싶었는데 (아버지의 부재가)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A씨는 고등학교 동창 5명과 함께 생애 첫 해외여행을 떠났다가 사고를 당했다. A씨의 영정사진은 운동장에서 축구 유니폼을 입고 공을 차는 모습이었다. 언젠가 아내와 딸들에게 “가장 행복했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영정으로 써 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한다. A씨는 생전 축구를 좋아해 경기 모임에도 나갔다고 한다. 빈소 앞에도 A씨가 몸담았던 조기 축구회에서 보낸 근조 화환이 놓여있다.

이날 오후 3시쯤 A씨 빈소를 찾은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은 “광주시 희생자들을 추모공원 한 곳에 봉안하길 원한다는 요청이 있어서 유족분이 원할 경우 한 곳에 봉안할 수 있도록 영락공원 추모관에 100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제주항공 참사로 숨진 희생자 179명 중 1명인 A씨(60대) 빈소에 놓인 조기축구회 근조화환. A씨는 평소 ″내가 가장 행복했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영정 사진으로 해달라″고 아내와 두 딸에게 당부했다고 한다. 손성배 기자

제주항공 참사로 숨진 희생자 179명 중 1명인 A씨(60대) 빈소에 놓인 조기축구회 근조화환. A씨는 평소 ″내가 가장 행복했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영정 사진으로 해달라″고 아내와 두 딸에게 당부했다고 한다. 손성배 기자

광주 서구의 장례식장 안치실엔 결혼기념일을 기념해 여행을 다녀오다 사고를 당한 아내 최모(66)씨의 시신이 놓였다. 아직 남편 성모(72)씨의 시신이 운구되지 않아 장례를 진행하지 않았다. 자녀들은 아버지 성씨의 시신이 안치된 뒤 합동 빈소를 차릴 계획이라고 한다. 전남대병원 장례식장에도 삼부자(三父子) 중 아버지 시신만 안치돼 두 아들의 시신이 운구되길 기다리는 유족들이 있었다.

광주 소재 중소 여행사 대표로 고객과 함께 여행을 갔다가 숨진 채모(67)씨의 유족도 빈소에서 새해를 맞이했다. 채씨의 형은 “우리가 9남매인데 막내아들이 죽은 것”이라며 “하루라도 빨리 편안히 좋은 곳으로 가라는 마음에서 시신을 빨리 데려왔다”고 했다. 그는 “어떻게 사고가 나서 죽은 건지 여러 의문이 남는다”며 “가장 큰 의문은 활주로 끝에 왜 콘크리트 둔덕을 만들어 기체가 폭발하게 했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채씨 등 희생자 4명의 발인은 2일 진행된다. 이중 한 명은 광산구의 한 장례식장에 빈소를 둔 태국 출신 결혼이주여성 B씨(45)다. B씨 남편은 “아내 가족들이 한국에 오기 어려워 가능하면 화장한 뒤 유골함을 아내 고향에 가져가고 싶다”고 했다고 한다.

사고 당시 희생자들의 유품이 크게 훼손돼 유족의 안타까움도 크다. 한 유족은 “휴대전화가 복구되지 않아 저장된 내용은 물론 알고 지내던 사람들의 연락처도 알 길이 없어 부고를 전할 방법이 없다”고 호소했다.

1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서 조문객들이 국화를 받고 있다. 장진영 기자

1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서 조문객들이 국화를 받고 있다. 장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