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그에게 최근 ‘기부왕’이라는 새로운 별명이 생겼다. 발명으로 받은 상금을 전액 기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이 경사의 기부는 2020년 국민안전 발명 챌린지에서 유독가스 제거와 강화유리 파쇄가 가능해 응급상황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레스큐 펜’으로 동상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함께 상을 받은 박대산 경위(서해5도 특별경비단), 강정구 경위(해양경찰연구센터)와 “뜻깊은 일을 하자”고 의기투합했다.
첫 기부 대상은 2016년 11월에 강원도 삼척시 초곡항 인근 공사 현장에서 고립된 근로자들을 구조하다 너울성 파도에 휩쓸려 순직한 동해지방해양경찰청 특공대 고 김형욱 경위와 고 박권병 경장의 유족이다. 두 해경이 당시 뱃속 아기 등 5살 내외의 어린 자녀들을 남기고 순직해 해경 내부에서도 안타까움이 컸다고 한다.
이 경사는 “세월호 참사 뒤 발생한 사건이라 두 해경의 순직 사실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데다 나도 10살, 12살 남매를 키우는 아빠”라며 “순직 해경의 자녀들이 ‘아빠가 훌륭한 일을 했고, 아빠의 동료들이 항상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에 기부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경사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국민안전 발명 챌린지 상을 받았다. 2021년엔 중국어선에 설치한 와이어 등을 쉽게 절단하는 ‘테르밋 절단 장비(은상)’로, 2022년은 구명줄을 목표에 정확하게 발사하는 ‘스턴로프 발사기(은상)’, 2023년엔 ‘출입문 신속 개방 장비(대상)’를 발명했다. 지난해엔 신속 인명구조 장비 ‘부채발’로 은상을 받았다. 부상으로 받은 상금은 모두 해경 순직 유가족에게 기부했다.
국민안전 발명 챌린지의 변리 업무를 맡은 ‘유니스 특허법인’과 비영리 봉사단체 ‘희망이음 로프’도 이들의 기부에 동참했다. 이 경사 등이 받은 상금에 자체적으로 모은 성금을 더해 총 600만원을 5년째 순직 해경의 유가족에게 전달하고 있다.
그는 “국민안전 발명 챌린지는 안전·재난·치안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발명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대회”라며 “대회 취지에 맞게 좋은 일에 상금을 써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성금을 모아 도와주는 사람들까지 생기면서 지금까지 기부하게 됐다”고 말했다. 부산해경은 지난 2023년 모범 직원에게 수여하는 ‘빛과 소금’ 수상자로 이 경사를 선정했다.
이 경사는 2010년 특채(폭발물 처리)로 해경 생활을 시작했다. 서해·남해경찰청 특공대와 1509함정·1501함정 등 여러 부서를 거치면서 경험한 불편함이 발명 아이디어가 됐다.
지난해 은상을 받은 신속 인명구조 장비 ‘부채발’은 동료의 경험이 바탕이 됐다. 동료는 순찰하던 중 “사람이 물에 빠졌다”는 외침에 구조에 나섰지만 심한 파도 때문에 사투를 벌였다. 이후 동료가 “오리발만 있었어도 구조가 쉬웠을 것”이라고 하소연한 것이 발명으로 이어졌다. 이 경사는 “오리발을 착용하면 물속에서도 추진력이 늘어 인명 구조에 유리하지만 순찰 등을 할 때 소지하기 어렵다”며 “부채발은 접이식이라 휴대가 편하고 신속하게 착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경사는 “지금까진 매년 입상해 기부를 이어 나가고 있지만 입상을 못 할 경우를 생각하면 걱정이 된다”며 “특허법인과 봉사단체도 도움을 주고 있는 만큼 다른 동료들과 해경 조직에서도 이런 기부가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나서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