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인플루엔자(독감) 환자가 급증해 2016년 이후 8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보건당국은 어린이·임신부·고령층(65세 이상) 등의 고위험군에 예방접종 필요성을 강조했다. 백신을 맞으면 감염 가능성을 낮출 뿐 아니라, 혹여 감염되더라도 중증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을 수 있어 접종이 더욱 당부된다.
3일 질병관리청은 의원급 대상 인플루엔자 표본감시 결과, 지난달 넷째주(12월 22일~28일) 인플루엔자 의사환자(감염이 의심되는 환자)가 외래환자 1000명당 73.9명 발생해 전주(31.3명) 대비 136% 증가했다고 밝혔다. 질병청은 38도 이상 갑작스러운 발열, 기침 또는 인후통이 있는 자를 인플루엔자 의사환자로 집계하고 있다. 지난달 첫째주(49주)만 해도 외래환자 1000명당 인플루엔자 의사환자는 7.3명 발생했으나, 이후 13.6명(50주)→31.3명(51주)→73.9명(52주) 등으로 급증했다. 이는 2016년 52주차에 86.2명의 환자가 발생한 이후 8년 만에 최고치다.
모든 연령층에서 환자가 증가하고 있으나, 특히 학령기 소아·청소년에서 발생률이 높은 모습이다. 지난달 넷째주(12월 22~28일) 기준 13~18세(151.3명)에서 가장 발생률이 높았고, 이어 7~12세(137.3명), 19~49세(93.6명), 1~6세(58.4명) 순이었다.
호흡기바이러스 병원체 감시 결과에서도 지난달 22~28일 기준 인플루엔자바이러스 검출률이 50.9%를 기록해 전주(29%) 대비 21.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절기 가장 높게 검출된 수치다. 인플루엔자바이러스 유형은 A형(H1N1)pdm09(34.6%)가 가장 높았고, 이어 A형(H3N2)(14.9%), B형(1.4%) 순으로 나타났다.
독감 유행에 응급실 환자도 ↑
지난달 20일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를 발령한 질병청은 예방접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질병청은 2024~2025 절기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 지원사업을 지난해 9월부터 오는 4월까지 시행한다. 인플루엔자에 감염되면 중증으로 갈 위험이 큰 어린이(생후 6개월~13세), 임신부, 65세 이상 어르신은 주소지와 관계없이 전국 지정의료기관 및 보건소에서 무료로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다.
작년보다 백신 접종률 낮아…“늦었다 생각 말고 맞길”
전문가들도 예방접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최용재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 회장(튼튼어린이병원장)은 “예방접종을 한 아이들은 감염이 되더라도 치료가 수월하게 끝나지만, 접종하지 않은 환자들에서는 중증도가 높아지는 사례가 많다”라며 “예방접종이 중요한데, 올 겨울 접종률이 낮은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어린이(2회 접종 대상)와 65세 이상 어르신의 접종률은 작년 동기간 대비 각각 2.9%p, 2.2%p 낮은 상황이다. 인플루엔자 백신은 일반 성인이나 과거 2회 접종력이 있는 어린이는 매년 1회, 접종력이 없는 6개월 이상 9세 미만 어린이는 4주 간격으로 2회 접종한다.
질병청에 따르면 현재 유행 중인 인플루엔자바이러스는 이번 절기 백신주와 유사해 백신접종을 통해 충분한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치료제 내성에 영향을 주는 변이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유행주의보 발령 기간에는 소아, 임신부, 65세 이상 등의 고위험군은 의심증상으로 항바이러스제 2종(타미플루, 리렌자로타디스크)을 처방받을 경우 건강보험 요양급여가 적용된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최근 인플루엔자가 급속도로 유행하고 있고 통상적으로 봄철까지 유행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어린이와 임신부, 65세 이상 어르신들은 이미 늦었다 생각하지 마시고 지금이라도 꼭 인플루엔자 백신접종을 받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외출 전·후 손씻기, 기침예절 실천, 호흡기 증상 발생 시 마스크 착용, 집합시설 등 밀폐된 공간의 경우 2시간마다 10분 이상 실내 환기 등 기본적인 호흡기감염병 예방 수칙을 실천해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