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새해 들어 오름세로 방향을 틀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 따르면 2일(현지시간)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1.97% 뛴 73.13달러에 거래됐다. 지난해 10월 14일 이후 석 달여 만에 가장 높다. 브렌트유도 같은 기간 1.73% 오른 75.93달러에 마감했다.
미국 동부 등지에 이달 한파가 몰아치면서 에너지 수요가 늘 것이란 시장 예측도 유가를 끌어올린 요인 중 하나다. 실제 미국에선 난방용 천연가스 수요가 급증했다. 한파 수요를 대비해 가스 관련 기업들이 천연가스를 미리 쟁여두면서다. NYMEX에 따르면 천연가스는 지난달 24일과 30일에 MMbtu(미국 가스 열량 단위)당 3.9달러 선을 넘어섰다. 지난달 초(3.21달러)와 견줘 한 달 사이 21.5% 치솟은 데다 종가 기준으로 2년여 만에 최고가다.
천연가스 가격이 고공행진 한 것은 전쟁 여파도 있다. 1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자금줄을 차단하기 위해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를 향하는 가스관을 차단했다.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가 높은 동유럽을 중심으로 ‘에너지 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원자재 시장의 가장 큰 변수로 ‘트럼프 재집권’을 꼽았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이달 20일(현지시간) 대통령의 취임한 이후 쏟아낼 정치ㆍ경제적 정책에 따라 원자재 시장이 요동칠 수 있어서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취임 이후 대이란 압박 정책으로 지정학적 긴장이 다시 커지면 국제유가가 더 뛸 수 있다”며 “여기에 겨울이란 계절적 수요가 영향을 미쳐 에너지 가격은 1분기까지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트럼플레이션’을 더 부추길 수 있다는 게 문제다. 트럼프 당선인이 예고한 ‘고관세와 불법 이민 정책’이 물가를 자극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에서 기름값과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면 물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향후 금리 인하 속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Fed가 시장 예상대로 1월 동결에 이어, 3월에도 동결을 택할지는 1~2월 물가 흐름에 달렸기 때문이다. 박상현 iM증권 이코노미스트는 “Fed의 금리 인하 속도에 제동이 걸리고, 트럼프 2기 정책이 가시화된다면 미국 국채 금리가 추가 상승할 수 있다”며 “(미국 국채금리 발작은) 이머징 금융시장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