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두가 알려주는 삶과 죽음의 의미
한국인의 전통 세계관을 담은 아름다운 문화유산 ‘꼭두’를 아시나요. 인물 또는 동식물의 형상을 한 꼭두는 전통 장례에서 망자의 시신을 운구하는 가마인 상여(喪輿)에 장식하는 나무인형이에요. 삶과 죽음을 이어주는 존재로서 망자를 안내하고 호위하며, 산 자에게는 위안을 주는 역할을 한다고 여겼죠. 프란츠 카프카는 ‘인생이 의미 있는 이유는 곧 멈추기 때문이다’라고 했어요. 끝의 의미를 깊게 살펴보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통찰도 얻을 수 있죠. 끝이 있기에 시작도 더 뜻깊은 법, 끝을 생각하며 더욱 의미 있게 새해를 시작하는 시기입니다. 끝의 의미를 생각해보기 위해 또 다른 여행길의 동반자로 불리는 꼭두의 세계로 들어가 볼까요.
‘꼭두’는 ‘인형’이라는 단어가 생기기 전에 쓰던 순우리말입니다. 사전적으로는 ‘가장 처음’, ‘가장 위’ 혹은 ‘경계선에 있는 것’을 뜻하지만 흔히 나무인형을 일컫죠. 꼭두는 15세기 책 『석보상절』의 ‘곡도’라는 말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사람의 형상을 본떠 만든 물건’을 나타내는 말로 사용됐어요. 장난감·주술 도구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기도 했던 꼭두는 현재 전통 장례식에서 상여를 장식하는 나무인형을 뜻합니다. 지금은 사라진 풍경이지만 예전엔 병원 장례식장이 아니라 집에서 친인척들이 모여 장례를 치르고, 망자를 상여에 태워 장지까지 갔어요.
상여는 죽은 후 새로운 세계로 이동하기 전에 잠시 머무는 임시 거처로,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 있다고 여겨졌죠. 상여를 장식하는 꼭두는 이승과 저승이라는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이 만나는 영역, 경계에 있는 환상적인 존재로 서양 종교의 ‘천사’와 같은 존재라고도 할 수 있어요. 선조들은 죽음을 끝이 아니고 새로운 시작이자 여행으로 봤는데요. 꼭두는 죽은 사람의 영혼이 가는 외로운 길에 함께하는 길동무죠. 부모나 형제,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서 이승에서 저승으로 갈 때, 조금 덜 무섭고 조금 더 행복하길 바란 살아있는 사람들의 절절하고 애틋한 마음의 결과물입니다.
꼭두는 크게 인물 꼭두와 동물 꼭두로 나눌 수 있는데요. 인물 꼭두는 보통 약 10cm 내외의 크기며 다양한 표정으로 각 인물의 모습을 특징적이고 상징적으로 표현하며 여러 역할을 담당하죠. 먼저 안내 꼭두는 어둠을 뚫고 길을 안내하기 위해 말이나 용을 타고, 역동적 동작을 취함으로써 움직임과 옮겨감을 표현합니다. 나쁜 기운을 물리치며 망자를 보호하는 호위 꼭두는 초월적인 힘을 과시하기 위해 험상궂은 표정을 짓거나 무서운 무기를 들고 있죠. 망자를 돌보고 온갖 심부름을 하는 시종 꼭두는 대개 얌전히 뒤따르는 모습이에요. 이승을 떠나는 망자가 슬퍼하지 않도록 재주를 부려 웃음을 주는 광대 꼭두는 춤을 추거나 물구나무를 선 모습이 많습니다. 동물 꼭두에는 봉황과 용이 있는데 망자가 사후 세계에서 살아갈 힘을 주는 신성한 존재죠. 신령스러운 봉황은 저세상으로 떠나는 망자의 영혼을 지켜준다고 여겼고, 용 역시 나쁜 기운을 막는다고 믿어 주로 청룡과 황룡이 뒤엉켜 있는 형상으로 상여에 장식했습니다.
각양각색의 꼭두를 만나다
우리 곁에 남아있는 꼭두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 소식에 소중 학생기자단이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을 찾았어요. 기획전시실 1에서 열리는 ‘꼭두’ 기증 특별전에선 한평생 꼭두를 수집해 온 김옥랑 꼭두박물관장이 2023년 국립민속박물관에 기증한 꼭두 1100여 점 중 250여 점을 선보입니다. ‘꼭두’라는 전시명 상단 천장 근처에 ‘PARADE’라고 적힌 전시실에 입장하면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듯 물소리와 고요한 음악이 흐르죠. 임세경 학예연구사가 “죽음이 꼭 슬픈 것만이 아니라 꼭두와 함께 망자가 저승으로 가는 길을 축제의 퍼레이드 같은 느낌으로 즐겁게 갈 수 있도록 바라는 마음에서 영문 제목은 퍼레이드라고 했습니다”라고 설명했죠.
천장에는 망자가 새가 되고 나비가 되기도 하고 빛이 되기도 해서 저승에 가는 모습을 표현한 영상이 나옵니다. “천장에 영상을 배치한 이유가 있는데 우리는 산 사람이잖아요. 그래서 망자의 저승 가는 길에는 닿을 수 없는, 이승과 저승이 다르다는 것을 좀 보여주려고 했어요.” 벽에는 죽음이 삶의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저승으로의 여행이라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담을 수 있는 문구들이 배치되어 있었죠. 망자가 도달하게 될 저승 영상도 산 사람이 닿을 수 없는 느낌으로 벽 너머에서 보여줍니다.
전시 공간은 크게 흰색과 검은색 부분으로 나뉘어, 장례 절차에 따라 3부로 구성됐죠. 검은색 부분에서는 장례를 치르는 과정과 의식을 보여주고 흰색 부분은 죽은 망자를 저승으로 인도해 줄 꼭두를 만나는 공간으로 밝게 구성됐어요. 1부 ‘낯섦, 마주하다’는 처음 죽음을 만나 받아들이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예전에는 집에서 다 장례를 치렀기 때문에 임종을 확인한 후에 가족·친지들이 지붕에 올라 망자가 평소에 입던 옷을 흔들며 망자의 이름을 불러 떠나버린 혼을 부르는 ‘초혼(招魂)’을 행합니다. 그리고 망자를 데리러 온 저승사자를 대접하기 위한 사자상(使者床)을 차렸죠.” 저승사자는 세 명이라고 믿었기에 사자상에는 일반적으로 밥 3그릇, 짚신 3켤레, 동전 3닢과 술 3잔을 마련했어요.
망자 역시 죽음이라는 낯선 상황을 맞이하는데요. 흰색의 왼편에는 망자를 맞아 돌봐주고 시중을 드는 꼭두들이 제각각의 모양을 뽐내고 있습니다. 선비도 있고 동자도 있고 봇짐을 멘 여성도 있고 위안을 준다는 의미에서 정서적인 성격을 반영한 꼭두들도 있어요. “불교가 강했을 때는 부처님 모습이 나타나기도 하고, 도교의 신선 모습 꼭두와 선녀 꼭두도 나타납니다.” 시종 꼭두는 망자의 짐을 대신 들어주기도 하고 우산을 씌워주기도 하고 꽃을 들기도 하고 망자에게 부채질을 해주기 위해 부채를 들고 있는 등 다양한 모습이에요. 꼭두를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는 디지털 미디어도 설치됐고, 시각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한 촉각 전시물을 전시해 꼭두를 직접 만져볼 수 있게 했죠.
2부 ‘이별, 받아들이다’에서는 산 사람이 죽은 사람을 떠나보내며 그가 저승에서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여러 의례를 행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이승의 한(恨)과 부정(不淨)을 씻어내고 온전하게 저승에 이르도록 하는 씻김굿이 그중 하나죠. 망자를 깨끗하게 씻겨주고 깨끗한 몸으로 저승에 갈 수 있도록 길닦음을 해주는 씻김굿은 망자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살아 있는 사람에게도 위안을 줍니다. 이 섹션에서는 꼭두도 망자를 위로하는 모습으로 나타나죠. 죽음을 맞이한 사람도 이승의 인연을 더 이상 이어갈 수 없는 안타까움, 낯선 곳에 혼자 남겨진 두려움 등 아픔을 겪어요. 이때 광대 꼭두가 물구나무서기 등 여러 재주를 부리고, 씨름 놀이판을 열기도 하며, 장구·북·피리를 연주해 흥을 돋우고 망자의 마음을 안정시켜 줍니다. “꼭두를 볼 때 연꽃이 자주 나타나는데, 진흙 속에서도 깨끗하게 꽃을 피우는 연꽃은 정화의 의미도 있고, 불교에서 사람이 죽으면 평소 행업에 따라 극락정토 연꽃에서 다시 태어난다는 연화화생과 연결되기도 하죠. 망자 역시 저승에서 재생하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연꽃을 많이 배치하고 있습니다.”
진정한 작별을 이야기하는 3부 ‘여행, 떠나보내다’에서는 장례를 치르며 망자를 떠나보내는 과정이 전시되어 있죠. 망자는 저승으로 가기 위해 화려한 상여를 타고 이승에서 머물렀던 집과 마을을 돌며 마지막 인사를 나눠요. 망자의 이름을 적은 명정이 앞에 서고 뒤에는 망자의 공덕을 칭송하거나 죽음을 애도하여 지은 글을 적은 깃발 만장이 서죠. 망자의 혼백과 신주를 모실 때 사용하는 가마 영여와 상여도 놓였어요. 상여의 네 면에는 꼭두가 자리 잡고, 네 귀퉁이에는 봉황, 지붕에는 용수판의 용이 배치되어 망자가 저승 가는 길을 함께하죠. 호위 꼭두는 바로 이 여정에 동행하며 망자를 저승으로 안내하고 나쁜 잡귀로부터 지키기 위해 말이나 용, 호랑이를 타고 험상궂은 표정으로 무기를 들고 있죠. 만든 사람의 염원이나 만들어진 시기에 따라 꼭두의 모습도 달라집니다. 조선 시대 선비 복장을 한 꼭두, 사극에서 봤던 포졸 복장 꼭두, 머리를 짧게 자른 개화기 꼭두, 일본강점기의 순사, 광복 후 경찰이나 군인 복장의 꼭두도 만나볼 수 있어요.
상여에 장식됐던 다양한 종류의 봉황과 용을 모아놓은 공간도 인상적이에요. 상여 네 귀퉁이에 장식된 봉황, 상여 앞뒤를 꾸미는 정자용 장식, 청룡과 황룡이 서로 몸을 꼬고 하늘로 오르는 듯한 모습이 인상적이죠. 용은 상서로운 동물로 망자가 좋은 곳에 갈 수 있도록 보호하는 안내자의 역할을 해요. 상여의 지붕 용마루 역할을 하는 일자용에는 꼭두들이 타고 있었죠. 용마루와 일자용을 받치는 용수판은 눈을 크게 부릅뜨고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거나 수염이 거칠게 뻗은 용 형상의 판인데, 상여의 맨 위쪽 앞뒤에 놓아 잡귀를 쫓는 역할을 합니다.
에필로그로 구성된 실감체험 전시 공간에서는 ‘꼭두와 떠나는 여행’을 표현한 영상물을 볼 수 있습니다. 360도로 관람객을 둘러싼 화려한 빛 속에서 꼭두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볼 수 있죠. 상여 행렬을 시작하는 방울소리인 ‘요령’이 울리고 나면 꼭두가 하나둘 상여로 모여들기 시작하고 이내 몽환적인 영상과 음악이 공간을 채웁니다. 시종·광대·호위 꼭두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저승으로 여행을 떠날 준비를 마쳤죠. 망자와 꼭두들을 이끌어 줄 용과 봉황을 만나 여행을 떠나는데, 한 번쯤 꿈속에서 만나 본 이상향의 세계는 어떤 모습일지 영상으로 체험해봤어요.
마지막으로 기증자인 김옥랑 관장의 꼭두 수집 50년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공간이 나옵니다. 인터뷰 영상부터 그동안의 활동 기록, 꼭두 테마 문화상품, 꼭두를 모티브로 하는 공예 작가들의 작품도 전시됐죠. 특히 김 관장이 청계천 골동품 가게에서 처음 만난 꼭두, 연두색 저고리와 다홍색 치마를 입고 쪽머리에 큰 비녀를 꽂은 여자 꼭두가 눈에 띄었죠. 장이안 학생기자가 “어떻게 보면 상여에 장식하는 인형이라 무섭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이 어떤 걸 느끼길 바라나요”라고 질문했죠. 임 학예사는 “우리가 죽음을 좀 무섭고 두렵게 생각을 하는 경향이 있잖아요. 전시 영문 제목을 퍼레이드라고 한 것처럼 죽음이 낯선 무서운 것만이 아니라 또 다른 세계로의 여행을 떠나는 좀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런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어요”라고 답했어요.
원지민 학생기자는 꼭두를 계속 연구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했죠. “꼭두가 만들어지게 된 배경이 산 사람이 망자를 떠나보내면서 망자가 편안하게 가기를 바라고, 내가 편안하게 보내줬다는 위안이 되기도 하는 거죠. 사랑하는 가족을 언젠가는 죽음으로 떠나보내야 하는 시기가 오잖아요. 이제 꼭두와 상여는 쓰지 않지만 그런 역할을 해주는 또 다른 장치들이 계속 만들어지는 점에서 꼭두에 대한 연구도 같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정하은 학생기자는 “어린 친구들에겐 약간 무섭거나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관람 포인트를 알려주세요”라고 얘기했죠. 임 학예사는 “어린 친구들은 그냥 인형으로 봐도 될 것 같아요. 나를 곁에서 지켜주고 위로해 주고 즐겁게 해주는 인형 같은 느낌으로 하나하나 살펴보면 어떨까요. 1100여 점의 꼭두를 기증받았는데 정말 똑같은 친구들이 하나도 없었어요. 색깔이나 형태, 복식이나 얼굴 표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재밌을 거예요”라고 팁을 줬습니다.
꼭두
기간 3월 3일(월)까지(2월 10일 설날 당일 휴관)
장소 서울 종로구 삼청로 37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 1
관람 시간 오전 9시~오후 5시(입장 마감 관람 종료 1시간 전까지)
관람료 무료
장소 서울 종로구 삼청로 37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 1
관람 시간 오전 9시~오후 5시(입장 마감 관람 종료 1시간 전까지)
관람료 무료
다채로운 꼭두의 종류
갓을 쓴 남자와 동자
죽음에 이른 망자를 맞아 돌봐주는 시종 꼭두. 남자와 동자가 함께 선 일체형으로 조각했다. 남자는 갓을 쓰고 두루마기를 입었으며, 두 손을 모으고 선 동자의 한쪽 귀를 잡고 있다.
재주를 부리는 광대
망자를 즐겁게 해주기 위해 악기를 연주하고, 재주를 부리는 광대 꼭두. 놀이판에서 재주를 부리는 재인으로 물구나무서기를 하고 있다.
악기를 연주하는 악공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두 팔을 뻗고 있는 악공 꼭두. 악기는 없어졌지만, 양손 모양으로 볼 때 북이나 장구 같은 악기를 연주하는 듯하다.
호랑이를 탄 무사
망자를 저승으로 안내하고 위협으로부터 지켜주는 호위 꼭두. 갓을 쓰고 점 문양이 있는 단령을 입은 무사가 근엄한 표정으로 호랑이를 타고 있다.
악공 꼭두
망자를 즐겁게 해주기 위해 악기를 연주하고, 재주를 부리는 광대 꼭두. 한 상여에 장식된 꼭두로 각자 연주하는 악기의 종류는 다르지만, 복식과 모자의 모양은 동일하다
말을 탄 무사
망자를 저승으로 안내하고 위협으로부터 지켜주는 호위 꼭두. 갓이나 투구를 쓰고 근엄한 표정을 한 무사가 말을 타고 있다.
여자 꼭두
김옥랑 꼭두박물관장이 청계천 골동품 가게에서 처음 만난 녹의홍상을 입은 꼭두. 연두색 저고리와 다홍색 치마를 입고, 쪽머리에 큰 비녀를 꽂았다. 들고 있는 왼손의 구멍에 꽃을 들고 있었던 듯하다.
봉황
머리 깃을 강조한 봉황의 머리 모양. 부리에 단 고리에 직물이나 술을 길게 늘어뜨린 유소를 묶거나 종을 달았다. 입체적으로 조각한 머리와 몸체를 각각 만들어 연결하고 받침대에 고정했다.
재주를 부리는 광대
악기를 연주하는 악공
호랑이를 탄 무사
악공 꼭두
말을 탄 무사
여자 꼭두
봉황
꼭두와 함께한 삶, 김옥랑 관장을 만나다
꼭두 전시를 관람한 소중 학생기자단은 50년간 꼭두를 수집하고 꼭두를 알리기 위해 노력한 김옥랑 꼭두박물관장의 이야기가 궁금해 인터뷰에 나섰습니다. 김 관장은 소중 학생기자단을 위해 자식 같은 꼭두를 직접 들고 왔는데요. 개인적으로 외부에 가지고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죠. 가까이에서 본 꼭두는 훨씬 더 귀여웠는데 표정도 다 다르고 물구나무를 서고 북을 치며 각자 개성을 뽐내고 있었어요.
지민: ‘꼭두’라는 단어의 어원이 궁금해요.
꼭두는 처음에는 곡도 그다음에 곡두로 불린 걸 민속학자, 꼭두문화연구소 선생님들하고 다 상의하고 꼭두로 정리해서 우리나라 민족 사전에 올라갔어요. 꼭두라는 말은 순우리말로 경계선에 있는 것을 뜻하기도 하는데, 꼭두는 이쪽저쪽에 모두 속하기도 하고 아무 쪽에도 속하지 않죠.
하은: 꼭두만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학생기자단 여러분은 지금까지 꼭두를 접하지 못했을 거예요. 그만큼 우리는 죽음에 대해 무서워하고 선입견을 가지고 생각하죠. 근데 죽음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안 돼요. 죽음이 있기 때문에 또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고 그건 자연스러운 현상이죠. 꼭두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죽음을 삶의 소중한 부분이라고 느끼게 해준다는 거죠. 죽음 없이는 삶이 의미가 없어요. 정해져 있는 기한이 있으니까 열심히 계획하고 살아야겠다 생각이 들죠. 또 꼭두를 통해 선조들의 죽음에 대한 인식과 정신력, 민족성을 알 수 있어요. 선조들은 죽음을 끝으로 본 것이 아니고 새로운 시작이자 여행으로 본 거예요. 사랑하는 사람이 저승이라는 곳으로 가지만 꼭두로 인해 두렵지 않고, 저승에서도 꼭두와 함께 즐겁게 지내기를 바란 거죠. 죽음이 언제, 어떻게 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선조들은 죽음을 너무 슬프게만 받아들이지는 않았죠.
이안: 꼭두를 만들 때 사용하는 나무가 따로 있나요.
상여에 있는 꼭두들은 원래 한 번 쓰면 불로 태워버렸어요. 근데 이걸 깎으려면 힘들고 돈도 많이 들어가잖아요. 그래서 마을에서 보관하고 여러 집이 공동체로 쓰기 시작했어요. 불로 태우니까 좋은 나무를 안 썼을 줄 알았는데 소나무·참나무·느티나무 같은 튼튼하고 변하지 않는 그런 나무를 다양하게 썼더라고요. 오랜 세월이 지나도 뒤틀림이 별로 없어요.
하은: 꼭두의 모습이 시대나 지역에 따라 많이 달라졌나요.
저한테 한 2만여 점 꼭두가 있다 보니 자연히 분류할 거 아니에요. 시대적으로 조선, 일제강점기, 해방 이후까지 굉장히 다양해 시대상의 단면을 파악할 수 있어요. 또 만들어진 지역에 따라서도 조금씩 다른데 충청도에서는 ‘넓대기’라 부르는 평면형 꼭두가 많이 만들어졌고, 경상도에서는 불교적 특성을 담은 꼭두가 많이 만들어졌으며, 전라도는 종합적인 성격이 강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러한 지역적 특성은 점차 모호해지기 시작했죠. 일제강점기 쯤엔 서로의 차이가 막 섞여 있었어요.
이안: 꼭두 이야기를 들으니 국립공주박물관에서 본 왕의 무덤 속 진묘수가 생각났어요. 다른 나라에도 꼭두와 비슷한 문화가 있을까요.
‘진묘수’는 악령을 내쫓고 무덤을 수호하도록 부장품으로 매장되었죠. 죽은 자를 지키는 의미는 비슷한데 부장 유물이라는 점이 꼭두랑 달라요. 꼭두는 망자와 같이 묻어주는 건 아니잖아요. 중국과 일본의 전통 상여에선 우리나라 꼭두 같은 것을 찾지 못했어요. 하지만 진묘수도 그렇고 고대 삼국시대 무덤에 함께 묻었던 ‘토우’, 중국 진시황제의 무덤 속 ‘병마용’, 고대 이집트의 죽은 자와 같이 묻힌 미라 모양의 작은 인형 ‘우샤브티’ 등은 다들 부장품이지만 망자를 위한 역할을 한다는 점은 꼭두와 비슷하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지민: 꼭두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제가 어렸을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그 후로 고민이 참 많았어요. 꼭두를 처음 만난 것은 70년대 후반이었는데, 당시 저는 삶의 방향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었죠. 그러다가 청계천 고물상의 바닥에서 꼭두를 만났습니다. 아무에게도 관심을 받지 못하고 방치된 꼭두를 보자마자 이끌렸어요. 나중에 그 순간을 가끔 떠올리며,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던 꼭두의 모습에서 나 자신이 보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죠. 그날 이후 꼭두를 살리는 것을 나를 살리는 일이라 여기며 꼭두에 열정을 쏟았습니다. 그러자 놀랍게도 서서히 저의 삶이 바뀌기 시작했어요.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이 이제는 “꼭두를 살리기 위해서 나는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으로 바뀌었죠. 꼭두와 만난 것을 계기로 꼭두 극단을 창단하고, 계간지 ‘꼭두극’을 발간했고요. 꼭두와 꼭두극에 대한 열정은 저를 ‘한국적인 연극’을 만드는 운동으로 뛰어들게 했고, 공연을 올릴 장소가 필요해 동숭아트센터를 세우고, 그곳에 꼭두 박물관도 열게 되었죠. 꼭두를 널리 알리기 위해 2007~2010년 3년간 미국 6개 도시 순회 전시를 비롯한 다양한 해외 전시, 학술대회 개최, 꼭두 전문서 발행 등 할 수 있는 건 다 한 거 같아요. 꼭두와의 만남을 계기로 인해서 삶이 많이 변했죠.
하은: 50년 동안 모은 꼭두를 기증한 이유가 궁금해요.
꼭두는 우리 전통의 정서가 잘 살아 있는 독특한 유물이라고 생각해요. 해외에서 너무 반응이 좋았거든요. 근데 우리나라 오면 찬밥신세였죠. 외국에서는 그렇게 알아주는 꼭두가 우리나라에서 아직 환영을 못 받는 게 너무 마음이 아픈 것도 있고요. 제가 기증함으로써 사립박물관장들이 이런 기증 문화에 관심이 좀 생기면 어떨까 그런 생각도 했고요. 지금 일부만 기증했는데, 어차피 사람은 죽을 때 다 가져가지 못하잖아요. 유물은 처음 조금 모을 때는 내 거다 그런 생각이 들지만 엄청나게 많아지면 내 유물이 아닌 거예요. 아이들도 다 크면 내 자식이 아니듯이, 유물도 국가적으로 큰 의미로 쓰일 때 행복을 느끼는 거죠. 꼭두를 더 빛나게 해줘야 되겠다 싶어서 국립민속박물관에 기증했어요.
이안: 전통 장례가 사라지며 잊혀진 문화인데 꼭두를 계속 연구해야 하는 이유, 꼭두의 가치는 무엇일까요.
꼭두에게 죽음의 의미를 배울 수 있어요. 상여에 장식하는 인형이라고 쉽게 생각할 수도 있고 무섭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전통 장례가 사라지면서 잊혀진 우리 한국 문화잖아요. 한국의 얼이고 정신이 담겨 있죠. 또 한국인의 정신, 복식, 한국적인 색깔 등 꼭두를 통해 고민하고 연구할 수 있는 것도 무궁무진해요. 제가 기증해서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전시해 주는 것이 아니라 꼭두가 가치가 있기 때문에 전시를 해주는 거예요. 외국 관람객들도 관심 있게 보는 걸 볼 수 있어요. 이번 전시 끝나면 해외 전시도 계획하고 있죠. 꼭두는 굉장히 소중한 우리 문화유산이라고 보시면 돼요.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평소 우리나라 유물에 관심이 많은데, 꼭두를 50년간 수집한 박물관장님과 이 전시를 기획하신 학예사님을 인터뷰하고, 보호 유리 없이 직접 꼭두를 보는 건 정말 특별하고 설레는 경험이었죠. 관장님께서 꼭두를 모으시게 된 계기도 인상 깊었어요. 젊은 시절 방황을 하고 고민이 많던 시기에 꼭두를 발견하고 꼭두에게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고 했죠. 그 후 꼭두 관련 일에 빠져 몰두하시고, 오랜 시간 꾸준히 노력하셔서 결국 박물관에 기증이라는 큰 결실을 맺으신 것을 보며, 저도 노력한다면 원하는 것을, 이루고 싶은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겠다는 용기와 희망을 얻었습니다.
-장이안(서울사대부초 4) 학생기자
이번 취재로 ‘꼭두’라는 말을 처음 알게 됐어요. 전시에서 본 꼭두들의 모습이 너무 다채로운 점이 매우 신기했죠. 표정이나 생김새, 그 안에 담고 있는 내용이 각양각색이라서 매우 재밌게 구경할 수 있었어요. 꼭두에서 죽음을 대하던 조상들의 태도를 엿볼 수도 있었는데요. 삶과 죽음이 그리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삶의 흐름, 일부분이라고 생각하는 그런 부분에서 역시 옛날 문화에서 얻을 수 있는 지혜가 많다고 다시 한번 느꼈답니다. 또한 꼭두로 인해 삶이 바뀌셨다는 김옥랑 관장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목표 하나가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도 해 볼 수 있었어요. 여러모로 많은 생각을 했던 취재였습니다.
-정하은(서울 당현초 6) 학생기자
꼭두는 흔히 상여에 장식하는 나무인형을 말해요. 호위, 시종, 광대, 안내, 용, 봉황 등 여러 종류가 있답니다. 호위 무사는 망자를 지켜주는 수호신 같은 꼭두고요, 광대는 망자를 즐겁게 해주죠. 꼭두와 함께라면 무서운 저승길도 두렵지 않을 거예요. 죽은 사람을 위하는 가족들의 마음도 느껴졌어요. 김옥랑 관장님이 수집하고 기증한 꼭두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꼭두에 대해 알게 되면 좋을 것 같아요.
-원지민(경기도 동탄목동초 4) 학생기자
-장이안(서울사대부초 4) 학생기자
이번 취재로 ‘꼭두’라는 말을 처음 알게 됐어요. 전시에서 본 꼭두들의 모습이 너무 다채로운 점이 매우 신기했죠. 표정이나 생김새, 그 안에 담고 있는 내용이 각양각색이라서 매우 재밌게 구경할 수 있었어요. 꼭두에서 죽음을 대하던 조상들의 태도를 엿볼 수도 있었는데요. 삶과 죽음이 그리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삶의 흐름, 일부분이라고 생각하는 그런 부분에서 역시 옛날 문화에서 얻을 수 있는 지혜가 많다고 다시 한번 느꼈답니다. 또한 꼭두로 인해 삶이 바뀌셨다는 김옥랑 관장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목표 하나가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도 해 볼 수 있었어요. 여러모로 많은 생각을 했던 취재였습니다.
-정하은(서울 당현초 6) 학생기자
꼭두는 흔히 상여에 장식하는 나무인형을 말해요. 호위, 시종, 광대, 안내, 용, 봉황 등 여러 종류가 있답니다. 호위 무사는 망자를 지켜주는 수호신 같은 꼭두고요, 광대는 망자를 즐겁게 해주죠. 꼭두와 함께라면 무서운 저승길도 두렵지 않을 거예요. 죽은 사람을 위하는 가족들의 마음도 느껴졌어요. 김옥랑 관장님이 수집하고 기증한 꼭두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꼭두에 대해 알게 되면 좋을 것 같아요.
-원지민(경기도 동탄목동초 4) 학생기자
동행취재=장이안(서울사대부초 4)·정하은(서울 당현초 6)·원지민(경기도 동탄목동초 4) 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