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와 국수본에 따르면 공수처는 전날 오후 9시쯤 ‘체포영장 및 수색영장 집행 지휘’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냈다. ‘국수본의 집행 전문성을 고려해 (체포영장) 집행을 위임함으로써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절차를 도모하기로 했다’는게 주된 내용이었다.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은 경찰에 일임하고 신병이 확보된 이후의 대면조사만 공수처가 맡겠다는 뜻이었다. 2020년 형사소송법 개정(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사의 경찰 수사지휘권이 폐지면서 사라졌던 ‘지휘’ 공문을 밤늦은 시각에 보낸 탓에 국수본은 6일 오전 7시에야 접수했다고 한다.
영장 집행 위임, 경찰 "법률적 논란" 거부
국수본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을 통해 “공수처와도 통화를 통해 협의했으며 공수처 또한 논란이 있다는 점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했다”고 말했다. 공수처 관계자도 “자체 법리검토 결과 영장집행 지휘권이 배제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해 공문을 발송한 것”이라면서도 “다만 본건과 같이 중대한 사건의 수사에 작은 논란의 소지도 남기지 않아야 한다는 점에 대해 국수본과 의견을 같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공조본체제 하에 잘 협의해 집행에 만전을 기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대통령경호처의 물리적 저지에 막혀 시한 만료일인 이날 재집행 시도를 포기한 공수처가 집행 책임을 통째로 떠넘기려다가 경찰의 반발에 실패한 셈이다. 국수본 관계자는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주체는 공수처”라며 “기본적으로 체포‧수색영장 집행을 경찰에게 일임하는 건 법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시작부터 꼬인 공수처, '수사 외주화'에 의존
하지만 정작 공수처는 검·경으로부터 윤 대통령 관련 사건을 이첩받은 뒤에도 수사를 진전시키기 위해 검·경의 지원과 협조에 의존하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번 영장 집행 위임 논란 역시 윤 대통령 체포는 경찰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주요 피의자 수사는 검찰에 맡기며 사실상 비상계엄 사태 수사를 외주화하려는 시도에 가까웠다.
실제 공수처는 지난달 31일 법원에서 체포·수색 영장이 발부된 뒤에야 영장 집행 시점과 방식을 경찰과 논의하기 시작했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강제 수사를 진행하면서 아무런 준비 없이 성급하게 영장을 청구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 이유다. 또 체포영장 청구 사실과 영장 발부 결과·사유, 영장 집행 사실까지 고스란히 공개하며 수사의 밀행성이라는 원칙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사흘간의 침묵 끝에 지난 3일 체포영장을 집행했는데, 이마저도 공수처 검사·수사관들이 정부 과천청사를 출발해 대통령 관저에 도착하는 장면까지 실시간으로 생중계되며 수사 동향이 노출됐다.
"공수처, 수사 의지 의심되는 무능함"
특히 경찰은 이날 체포영장 시한(이날 자정)이 하루가 넘게 남은 전날 오후 재집행 노력 대신 영장 집행 책임을 떠넘기는 ‘꼼수’를 고안한 데 대해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다. 경찰 내부에선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주체가 한 번 집행을 시도해봤다가 안 되니 다른 기관에 통째로 대신 하라고 떠넘기는 게 말이 되는가”라는 불만도 나온다. 한 국수본 관계자는 “공수처가 수사 의지가 의심되는 무능함을 보였을 뿐만 아니라 자중지란을 자초한 면이 있다”고 했다. 전직 고위 검찰 간부는 “헌정사 초유의 현직 대통령 내란죄 체포영장을 발부받고는 제대로 집행 시도조차 안 한 채 기간 만료로 영장을 법원에 반납하는 일 자체가 국민적 비판을 받을 일”이라고 말했다.
"영장 재집행시 현행범 체포도 검토"
국수본은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총 49명을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대통령실‧당정 관계자 25명, 군(軍) 관계자 19명, 경찰 5명이다. 아울러 국수본은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55경비단 병사들이 지난 3일 체포영장 집행 당시 동원된 정황을 확인해 수사하고 있다. 국수본은 55경비단과 더불어 수방사 33군사경찰경호대가 동원됐다는 정황도 파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