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트뤼도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집권 자유당이 후임자를 정하는 대로 당 대표직과 총리직에서 즉시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내각제인 캐나다는 집권당 대표가 총리직을 맡는데, 후임 총리로는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전 부총리 겸 재무장관 등이 거론되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집안·외모 갖춘 '캐나다의 오바마'
2011년 재선한 그는 짧은 정치 경력에도 불구하고 부친의 후광과 진보정당에 대한 기대감에 힘입어 2013년 41세 때 자유당 대표로 선출됐다. 2015년에는 자유당이 총선에서 과반을 넘어 184석을 획득하며 대승해 43세 나이로 총리가 됐다. 이 때 '캐나다의 오바마'란 별명도 붙었다.
높은 인기를 구가하던 트뤼도 총리의 자유당이 고꾸라지기 시작한 건 약 2년 전,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부터다. 고물가와 주택가격 상승, 이민자 문제 등이 이어졌는데 이를 해결하지 못하며 민심을 잃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 16일 "불법 이민, 마약 밀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캐나다에 25%의 관세를 물리겠다"면서 엄포를 놨는데, 트뤼도가 이 문제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트뤼도 총리는 추락한 지지율에 대한 궁여지책으로 감세 정책을 추진했으나, 이에 반발한 프릴랜드 전 부총리가 사임하면서 정치적 입지가 좁아졌다. 총리의 측근들조차 "후폭풍을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여기에 자유당 하원의원들이 공개적으로 사임을 촉구할 만큼 당 내부에서도 사퇴 목소리가 높았다.
결국 자유당과 정책적 연합을 맺었던 NDP가 수세에 몰린 트뤼도 총리를 손절했다. NDP가 최근 "오는 27일 시작하는 다음 회기에서 트뤼도 총리 불신임안을 제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사임을 고심 중이었던 트뤼도 총리가 용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집권 자유당은 중도 기반 진보세력이고 NDP는 좌파 정당인데, 2021년 총선에서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한 자유당이 2022년 NDP와 정책적 연합을 맺었다.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 트뤼도 총리를 '주지사'라고 조롱했던 트럼프 당선인은 사임 발표 이후에도 "캐나다가 미국과 합병한다면 관세는 사라지고 세금은 대폭 인하될 것"이라며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같은 맥락의 글을 남겼다. 다만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트뤼도 총리는 캐나다 정부를 이끈 약 10년 동안 미국의 든든한 친구였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