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우리는 배가 필요하다”…HD현대·한화오션 순풍 만났다

한화오션이 유지·보수·정비사업으로 수주한 미 해군 군수지원함 ‘윌리 쉬라함’이 지난해 9월 경남 거제시 한화오션 사업장에 입항했다. [연합뉴스]

한화오션이 유지·보수·정비사업으로 수주한 미 해군 군수지원함 ‘윌리 쉬라함’이 지난해 9월 경남 거제시 한화오션 사업장에 입항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미 해군 군함 건조를 위해 동맹국을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당선 직후 한국의 조선업체를 협력 상대로 콕 집어 거론했던 만큼 수주 기대감을 높이는 언급이란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는 6일(현지시간) 보수 성향 ‘휴 휴잇 라디오’ 인터뷰에서 미 해군의 재건 계획과 관련한 질문에 “우리는 배가 필요하다”며 “예전에는 하루 한 척씩 배를 만들었는데 더는 배를 만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시작하려 한다. 배를 만드는 데 동맹국도 활용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은 트럼프가 언급한 ‘조선 동맹국’의 유력 대상이다. 앞서 트럼프는 당선 직후인 지난해 11월 7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국 군함과 선박 건조 능력에 관심을 보이며 “미국 조선업은 한국의 도움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했었다. 그는 또 조선 분야 협력과 관련해 향후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이어가고 싶다는 뜻을 드러내기도 했다고 한다.

이는 미국 내 조선업이 사실상 붕괴한 상태에서 중국과의 해양 패권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은 세계 시장의 40% 이상을 점하는 압도적인 조선 능력을 발판삼아 군사적·상업적 해양 패권을 강화하면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 최대 위협이 되고 있다. 트럼프 2기 정부에서 한·미 간 조선 분야 협력 가능성이 커지면서 양국 간 전략적 동맹 강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이와 관련, 트럼프는 조 바이든 대통령을 공격하며 날을 세우기도 했다. 트럼프는 차기 행정부의 해군력 강화 계획을 언급하다 “중국은 나흘에 한 척씩 배를 건조하고 있다는데 우리는 가만히 앉아서 보고만 있다”며 “우리는 선박 (건조) 준비가 안 돼 있고 도크(dock)가 없다. 바이든이 모든 부두를 폐쇄(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HD현대·한화오션 등 조선업계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재 한국의 산업 중에서 트럼프 집권 시 수혜를 기대하는 업종이 거의 없는데, 조선만은 예외적으로 협력 요청을 받는 상황”이라며 “유지·정비·보수(MRO) 사업을 시작으로 함정 건조까지 확장될 방산 협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 업체들이 미 해군 군함을 정비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함정 건조까지 수주하려면 보다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과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미국 번스-톨리프슨 수정법에 따라 미 해군 함정 건조는 해외 조선소에서 만들 수 없게 돼 있다”며 “미국에서 이 법이 완화되지 않는 한 국내에서 미국 함정을 만들 순 없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는 이날 인터뷰에서 바이든의 친환경 정책을 두고서도 “그가 아는 것은 그린 뉴딜, 돈 풀기, 풍차 설치 등으로 미국을 모두 파괴하는 것뿐”이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그린 뉴 스캠(green new scam·녹색 신종 사기)’으로 나간 수조 달러를 환수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는 또 “(취임하는) 즉시 대서양·태평양·멕시코만 등에서 (시추) 금지 조치를 해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