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원을 유예하고, 원래 정원인 3058명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진우 대한의학회장)
"올해 늘어난 인원만큼 몇 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줄여야 한다." (윤영호 서울대 기획부총장)
의료계 안팎의 전문가들이 보는 2026학년도 '적정' 의대 정원은 앞선 2025학년도(1509명 증원)와 비교해 다양해졌다. 정부 원안인 2000명 증원 주장은 없었고, 대부분 소폭 증원과 감원 사이에 걸쳐 있었다. '발등의 불'이 된 의대 정원 문제의 해답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는 셈이다. 중앙일보가 8일 의대 증원에 찬반 의견 등을 내온 전문가 12명에게 질의한 결과다.
이들은 '대규모 증원'을 강조해온 정부와 '전면 백지화'를 외치는 의료계 사이에서 절충점부터 찾아야 한다고 봤다. 의정갈등이 더 길어지고 의료체계 전반이 흔들리는 걸 피하기 위해서다.
박은철 연세대 의대 교수는 "정부·정치권은 의료계 요구를 최대한 들어주고 전공의·의대생이 돌아올 길부터 터줘야 한다. 의료계도 25학년도 정원 조정이나 26학년도 모집 전면 중단 같은 무리한 주장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윤성 전 대한의학회장은 "정원을 아예 줄이자는 건 정부가 받아들이기 어렵고, 현실성도 없다. 우선 400~600명 수준으로 증원 폭을 낮추고, 향후 정원은 시간을 두고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우 회장은 "2027년 이후 정원은 추계 기구에서 여러 모델을 돌린 뒤, 증원 규모 등을 제대로 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국장은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고,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운 거버넌스 체계에서 의대 정원을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대화 테이블에 나서지 않는 의료계의 태도 변화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컸다. 권정현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사는 "의정갈등 사태가 1년이나 됐으니 의료계도 무조건 '정원을 줄이자'고 이야기하기보단 체계적 근거를 갖고 대화 자리에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별 대안 없이 관망하는 정치권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더불어민주당도 의대 정원만 문제 삼을 뿐, 의정갈등 해법을 제대로 낸 적이 없다. 여야의정 협의체에서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의정갈등 사태의 발단이 필수·지역의료 의사 부족이었으니, 이를 해결하기 위한 의료개혁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홍윤철 서울대 의대 교수는 "정부·의료계가 현실적으로 합의할 수 있는 부분에 머리를 맞대고 의료개혁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