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파동이 해를 넘겨도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전국 의과대학 학장의 상당수가 이런 대안을 내놨다. 중앙일보는 의대생·전공의 복귀는커녕 의대 신입생의 휴학 주장이 나오는 급박한 상황을 고려해 7~8일 전국 40개 의과대학·대학원 학장에게 해법을 물었다.
인터뷰에 응한 학장 21명 중 14명이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증원 이전 수준인 3058명으로 되돌려야 한다. 이 조치가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늘린 1509명을 무효로 하자는 것이다. 학장들은 "의대생이 3월 복학하지 않고 2년 연속 마비되면 한국 의료가 돌이킬 수 없는 재앙에 휩싸일 것이다. 시간이 얼마 없다"고 걱정했다. 19개 대학 학장들은 대답을 거부하거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호남·제주권 B 의대 학장은 “정부가 먼저 정원 동결 선언을 해서 신뢰를 줘야 한다”며 “그렇지 않고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 보자’는 식으로 반복하면 학생들이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도권의 C의대 학장은 “지금은 특단의 방법이 필요한 때이다. 기존 정원(3058명)으로 다시 돌아가고, 대화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축소나 증원 의견도 있다. 호남·제주권의 E의대 학장은 “올해 늘린 1509명만큼 2026학년도 정원을 줄여서 1500명 정도만 뽑자"고 말했다. 반면 수도권 F의대 학장은 “의정갈등으로 전공의·의대생이 피해를 봤지만, 그동안 국민은 더 큰 고통을 감내했다. 증원한 만큼 줄이자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국회가 여야의정 협의체를 꾸려 사태 해결을 주도해 달라는 주문도 나왔다. 충청·강원권의 I의대 학장은 “정부가 결단을 못 내리면 국회가 빨리 나서야 한다”며 “국회 주도로 의료계와 협의체를 하루빨리 꾸리고 대한의사협회와 전공의·의대생 단체를 모두 다 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2026학년도 이후 의대 정원은 의료계와 정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의료인력 추계기구에서 결정하자는 의견이 다수였다. 또 의료계도 더 이상 ‘드러눕기’ 전략만 구사할 게 아니라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추계에 참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보건복지부 장·차관의 공식 사과가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여럿 나왔다. 영남권의 J의대 학장은 "복지부·교육부 장관의 사과에서 출발하자"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