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하원 외교안보 라인에 ‘대북·대중 매파’ 전면 배치

짐 리시 미국 연방 상원 외교위원장(공화당)이 2023년 10월 18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의사당에서 열린 상원 외교위 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짐 리시 미국 연방 상원 외교위원장(공화당)이 2023년 10월 18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의사당에서 열린 상원 외교위 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대북ㆍ대중 매파, 힘에 의한 평화 예찬론자들’
새롭게 진용을 짠 미국 연방 상ㆍ하원 외교안보 상임위 수장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렇게 요약된다. 지난 3일(현지시간) 개원한 제119대 상ㆍ하원은 다수당이 상임위원장을 모두 가져가는 전통에 따라 지난해 11ㆍ5 선거에서 이긴 공화당이 양원 상임위원장을 독식했다.  

먼저 상원의 경우 지난 118대 의회 때 다수당이었던 민주당이 소수당이 되면서 16개 상임위원장은 모두 공화당 의원으로 얼굴이 바뀌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집권 2기 대(對)한반도 외교안보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칠 관련 상임위 위원장들은 미국의 적극적인 대외 개입을 주장하면서 북한ㆍ중국ㆍ러시아 등 적성 국가들에 대한 강경 입장을 견지해 왔다.  

지난 회기에서 상원 외교위 공화당 간사를 지낸 뒤 이번 의회에서 외교위원장을 맡게 된 4선의 짐 리시 위원장은 지난해 5월 인도태평양 지역 내 북ㆍ중ㆍ러의 핵 역량 강화 및 실전 핵무기 배치를 거론하며 “이 전구(戰區)에 핵무기 재배치 옵션을 검토해야 한다. 이 논의가 금기시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공군 예비군 중령 출신 로저 위커 군사위원장(4선) 역시 지난해 5월 발표한 ‘대규모 방위 투자 계획’을 통해 국방 예산 550억 달러(약 80조 원) 증액 안을 공개하면서 미국이 전술핵을 한반도에 재배치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식 핵 공유를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한ㆍ미동맹을 중시하고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론을 공론화했던 리시 위원장, 위커 위원장이 상원 외교위ㆍ군사위를 각각 이끌면서 트럼프 2기에 관련 논의가 활발해질 가능성이 주목된다.

로저 위커 미국 연방 상원 군사위원장(공화당)이 지난해 4월 9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의사당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로저 위커 미국 연방 상원 군사위원장(공화당)이 지난해 4월 9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의사당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재선의 톰 코튼 정보위원장 역시 북한의 핵ㆍ미사일 개발을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해 강력한 제재와 군사적 압박을 지지해 왔으며, 군사력과 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해 온 중국에 대해서도 강경 노선을 지향해 온 대북ㆍ대중 매파다. 다만 “트럼프 2기에서 북한과의 외교 과정을 지켜보겠다”고 하는 등 대북 관여 정책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면도 보인다. 트럼프 1기 때 북ㆍ미 정상회담 실무 협상에 깊숙이 관여하는 등 ‘북한통’으로 꼽히는 알렉스 웡 백악관 국가안보부보좌관 지명자가 코튼 상원의원 보좌관 출신이다.


톰 코튼 미국 연방 상원 정보위원장(공화당)이 지난해 3월 11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의사당에서 열린 상원 정보위 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톰 코튼 미국 연방 상원 정보위원장(공화당)이 지난해 3월 11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의사당에서 열린 상원 정보위 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하원 역시 지난 118대에 이어 다수당이 된 공화당이 상임위 17곳을 독차지했다. 이 중 한반도 정책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외교위원회 수장은 2016년 대선 때부터 트럼프 당선인을 지지했고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대하는 등 트럼프 당선인의 미국 우선주의 외교 기조에 적극 동조했던 브라이언 매스트 의원이 맡게 돼 관심이 집중된다.

아프가니스탄 복무 때 두 다리를 잃은 참전용사 출신 매스트 위원장은 2022년 3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때 북한을 “악당 국가”라고 맹비판했으며 당시 조 바이든 행정부 대응을 두고 “나약하다”고 지적하는 등 ‘힘에 의한 평화’ 노선 예찬론자로 꼽힌다. 부친이 주한미군으로 복무해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도 이해도가 높다.

브라이언 매스트 미국 연방 하원 외교위원장(공화당)이 지난해 7월 17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연설하기 위해 연단으로 걸어가고 있다. 매스트 위원장은 2010년 아프가니스탄에서 폭발물 처리 전문가로 근무하다 두 다리를 잃었다. AP=연합뉴스

브라이언 매스트 미국 연방 하원 외교위원장(공화당)이 지난해 7월 17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연설하기 위해 연단으로 걸어가고 있다. 매스트 위원장은 2010년 아프가니스탄에서 폭발물 처리 전문가로 근무하다 두 다리를 잃었다. AP=연합뉴스

지난 회기에 이어 군사위원장에 유임된 마이크 로저스 위원장은 미국의 군사력 증강과 군 현대화에 관심이 많은 강경론자다. 북한의 핵ㆍ미사일 개발을 심각한 위협으로 인식해 이에 대응하기 위한 미사일 방어체계 강화를 주장해 왔다. 특히 괌 미사일 방어체계 확충이 시급하다는 게 로저스 위원장의 지론이다. 마이크 터너 정보위원장 역시 군사ㆍ정보 분야에서 미국의 압도적 우위를 강조하는 매파 성향 보수주의자다. 지난해 10월 북한군이 러시아에 파병하자 바이든 대통령에게 기밀 브리핑을 요청하고 미국과 동맹국의 즉각적 대응의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한국계 첫 상원의원이 된 앤디 김 의원은 국토안보ㆍ정무위원회, 은행ㆍ주택ㆍ도시문제위원회, 상무ㆍ과학ㆍ교통위원회, 보건ㆍ교육ㆍ노동ㆍ연금위원회 등 4개 상임위에 배정돼 의정 활동에 들어갔다. 대부분 내치 관련 상임위지만, 계속해서 한ㆍ미동맹 강화에 목소리를 낼 계획이다.